[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해상운임이 하루새 50% 폭등하면서 수출입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에서 추가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은 하루새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100달러선에서 1700달러로 55%나 폭등했다.
한국~파나마~미국 동부 해안을 잇는 컨테이너 노선 운임도 FEU당 1600달러에서 2400달러로 50% 올랐다.
해상운임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인다. 각 해운사와 화주들이 가격교섭력을 가지고 운임을 직접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공급이 줄어든 노선에서는 운임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미주와 구주 등 한진해운의 점유율이 높았던 노선에서 운임이 최대 5배까지 폭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시 미주운임은 1184달러에서 2433달러로 2배, 구주운임 620달러에서 2366달러로 4배가량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가압류, 입항 거부 사태도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법원은 30일 5308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한진해운이 다른 용선 선박의 용선료를 체불하자 선주인 독일 리크머스가 사선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다. 선박 가압류로 정박지에서 감수·보존 처분을 받으면 압류 해제 시까지 선박의 부두 접안이나 하역작업이 불가능하다.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는 이날 운항을 멈췄다.
선주인 PIL이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을 거부하면서 당장 화물 수송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또 중국 샤먼·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 해외 항구 다수는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이 입항하면 항만 접안, 화물 하역 등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현금으로 줘야 입항을 허가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37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고 있고 61척은 해외선주들로부터 용선 중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국내에서는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협약을 맺은 지역에 한해 금지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 미적용 지역에서 추가적인 선박 가압류와 회수, 입항 거부가 잇따를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유럽에서 현지시각으로 아침이 되면 선박압류 등 조치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선박압류가 이어지면 현재 한진해운에 선적된 화물 총 54만TEU의 처리가 지연되고, 화주들이 피해를 입는다. 미선적 화물의 경우에는 8∼10월이 원양항로 성수기여서 앞으로 2∼3개월간 선박 섭외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