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꼭 2년 만이다. 다시 상파울루다. 카타르 도하를 거쳐 스물일곱 시간 비행기를 타고 4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과룰류스 국제공항에 왔다. 이 공항은 브라질의 허브다. 국내선과 국제선이 수시로 드나들며 각지로 승객들을 싣고 나른다.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경유한다.
나는 2014년 6월 28일 과룰류스 국제공항에서 브라질과 작별했다. 월드컵 취재를 마치고 귀국하는 출발지였다. 보름을 머문 브라질에 입성할 때도 이곳을 통했다. 2년 전 상파울루를 떠나면서 나는 이곳에서 브라질의 건강한 젊음을 보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100여명이 노란 티셔츠를 입고 무리지어 박수치며 노래하는 광경이었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절도가 있고, 패기가 넘쳤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이들마저 흥겹게 한 작은 축제였다. 처음 듣는 노래는 브라질을 상징하는 민요나 대중가요의 일부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다시 찾은 브라질의 관문은 올림픽 준비로 들떴다. 노란색 혹은 주황색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선수단, 관광객을 맞는 이들의 표정은 밝고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짐 가방을 보관하라고 권유하는 여성 점원의 목소리도 여전히 씩씩하다.
나는 처음 브라질에 갈 때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낯선 환경과 치안에 대한 경고 때문이다. 막 동이 막 틀 무렵 마주한 현지인의 표정이 자욱한 안개와 겹쳐 경계심을 갖게 했다. 그러나 과룰류스 국제공항을 통로로 브라질의 일상과 문화를 짤막하게 지켜보면서 편견이 걷혔다. 불과 2년 전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무난히 마친 경험 덕분일까. 리우로 가는 손님을 안내하는 그들의 자세는 훨씬 진지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나는 리우로 가면서 한 차례 고비가 있었다. 과룰류스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편이 예약과 다르게 갑자기 변경되어 티켓을 받지 못할 뻔했다. 공항 안에 있는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가 급히 이 사실을 알렸다. 그곳에는 탑승 수속 문제로 대기 중인 승객들의 문의가 계속됐다.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내게 60대로 보이는 여성 직원이 다가왔다. 그는 쪽지에 적힌 일련번호와 비행 스케줄을 확인하고는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갔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40분이 넘도록 영문도 모른 채 답변을 기다렸다. 여직원은 그 사이 세 번이나 밖으로 나와 연신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예정된 출발 시간을 20여분 앞두고 여직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급하게 멀리 떨어진 탑승 수속 창구를 가리켰다. 그러나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보더니 잰 걸음으로 길을 안내했다.
나는 그제야 그가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대신 자원봉사자에게 포르투갈어로 상황을 설명한 뒤 내가 탑승 수속할 위치까지 안내하고 돌아갔다. 자신의 일처럼 바삐 움직였다. 시간이 촉박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름 모를 직원의 호의 덕분에 나는 예정대로 리우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국내선 출국장으로 들어가면서 흥겨운 응원가를 다시 한 번 들었다. 나는 노래하고 함성을 외치는 무리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리우로 가는 자국 선수단을 향한 브라질 사람들의 격려라고 확신한다.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두고 다시 만난 브라질은 여전히 건강하고 한결 따뜻하다. 상파울루에서.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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