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차와 기아차가 연초 세웠던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재조정했다. 주력 모델들의 부진에 발목이 잡힌 현대차는 하향 조정한 반면 기아차는 신차 효과 기대감으로 상향 조정했다. 내수 목표량 조정으로 양사의 글로벌 판매 목표도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글로벌 법인장 회의가 끝난 후 국내영업본부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영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올초 세웠던 연간 판매 목표를 69만3000대에서 68만2000대로 낮췄다. 현대차가 연중 사업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프로모션 등을 실시해가며 목표치를 채워왔다. 이번에 하향 조정한 68만2000대는 2013년(64만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데다 일부 대표 차종들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국내에서 총 35만1124대를 판매해 전년동기(33만6079대)에 비해 4%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국내 자동차 시장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인 9%의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신차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첫 친환경 전용모델인 아이오닉을 선보이며 올해 판매목표로 1만5000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이오닉은 지난달까지 5300여대만 팔리며 부진했다. 그룹 임직원에게 30% 할인된 가격에 내놨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차 최대 주력 모델인 쏘나타도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8768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SM6(7027대), 말리부(6310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 않다. 게다가 쏘나타가 유일하게 영업용(택시)으로 출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SM6에 밀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실적이다. 올해 총 501만대를 계획했지만 상반기 실적은 부진하다. 국내 35만1124대, 해외 204만2834대로 전년보다 0.9% 감소한 239만3958대를 팔았다. 해외시장 감소폭(1.8%)이 2배나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내수 목표 조정으로 글로벌 목표 달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반면 기아차는 내수 목표를 당초 52만5000대에서 54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52만7500대)보다 2만대 많은 수치다. 올초 내놓은 신차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영향이 크다. 4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니로가 불과 3개월새 8300대나 팔리며 기아차 주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 1월 출시된 K7도 매달 5000~6000대씩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글로벌 실적 전망도 밝다. 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305만대)는 물론 올해 연간 목표(312만대)까지 넘어설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양사가 엇갈린 실적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신차 효과나 프로모션 등으로 부족분을 채워나갈 방침"이라며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판매량을 회복해 글로벌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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