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유럽연합)에 잔류하면, 모두 행복할까?'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원규 기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보고서중에서 유독 이 보고서가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 16일 영국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의 피살이 떠올라서다. 잔류 지지 활동을 벌이던 콕스 의원이 괴한에 의해 테러를 당한 것을 계기로 여론의 향배가 탈퇴에서 잔류로 급속히 변했기 때문이다. 그의 희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대형 악재였던 브렉시트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행은 겪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일 우리 증시를 보더라도 그렇다. 영국 현지에서 국민투표 예상 결과 '브리메인'(Bremain)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세판은 빨갛게 물들어 시작했다. 코스피는 잔류 기대감에 전 거래일보다 14.84포인트(0.75%) 오른 2001.55로 출발하는 등 2000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후 초기 개표에서 탈퇴 표가 많이 나오면서 급락 반전하기도 했지만 최종 결론은 잔류 쪽이 될 것이라는데 여전히 무게가 실려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대감은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잔류가 결정되더라도 하나의 악재가 사라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6월 증시는 굵직한 매크로 이벤트들이 많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국 A주 MSCI 편입 이슈가 글로벌 뿐만 아니라 우리 증시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제 브렉시트라는 마지막 이벤트를 향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악재가 사라진 게 호재는 아니다"며 "악재가 사라지고 주식시장은 그냥 정상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잔류로 결정날 경우 단기적으로 우리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영국이 EU에 잔류하게 되면 국내 증시는 브렉시트 우려 완화로 완만한 반등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기대 인플레이션 또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고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저점 수준까지 하락한 파운드화는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전반적인 글로벌 위험 자산 선호 심리 회복이 글로벌 증시의 강한 반등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브렉시트 현실화 경우 글로벌 증시 전망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브렉시트 이후 다른 매크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환율이 치솟고, 외국인의 기계적인 매매 등 단기쇼크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브렉시트 우려로 주가가 빠진 터라 생각만큼 충격은 없어 업종별로는 경기 방어주의 낙폭이 그나마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 충격으로 주식시장 낙폭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금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빠졌을 때 분할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제 브렉시트라는 이벤트 이후를 더 주목하고 있다. 당장 투표 결과 이후부터 오는 28일 EU정상회의까지 얼마나 빠른 대응책이 나오는 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정책공조는 브렉시트 결정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완충작용을 할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브렉시트보다 주목할 변수가 있다"며 "정책공조와 함께 글로벌 국채금리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데, 국채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에 따라 글로벌 자금 흐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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