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구조조정에 앞서 이것부터 해야

시계아이콘01분 54초 소요

[뷰앤비전]구조조정에 앞서 이것부터 해야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D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고, 온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에 기대어 초고속으로 성장했던 유수의 대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무너졌다. 나라의 '곳간'이 텅 비게 되었고, 일터 곳곳이 문을 닫아 거리로 내쫓긴 근로자들의 고통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찔러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정부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우며 국민 혈세로 조성된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파산한 대기업과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을 연명시켜 주었다.


그 때로부터 겨우 20여년이 지난 현재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책은행이 떠안은 조선ㆍ해운업종의 대출ㆍ보증ㆍ회사채 등을 포함한 부실기업 위험노출액(exposure)이 2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반 은행 등의 50조원을 포함하면 조선ㆍ해운업종에만 위험노출액이 7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부실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천문학적 부실규모의 징후가 이미 2~3년 전에 감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국책은행 등의 채권단은 3년 전부터 4조5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ㆍ해운업에 서둘러 쏟아 부었는데, 다시 이 지경에 이르렀다.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치명적인 것은 건설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위기에 빠진 산업 분야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해 말 발표한 '2015년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이 전년에 비해 20개가 늘어난 총 54개의 대기업으로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천문학적 금액을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았음에도 회생은커녕 누적 손실만 키운 채 대한민국의 경제에 또 다시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암운을 걷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는 연일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언론들은 앵무새처럼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의 조기 시행을 외쳐대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란 무슨 심오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여 쓰러져 가는 조선ㆍ해운회사를 필두로 부실기업들을 연명시켜주자는 말이다. 물론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지만, 때로는 선제적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이 실적 부풀리기와 분식회계는 기본이고, 현금배당이나 지원금 횡령 등 각종 탈법행위로 점철된 부도덕한 기업집단에 더 이상의 연명정책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하기에 좋은 나라'를 외치며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특히 부실기업이 증가할 때 국책은행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돈을 퍼주어 그들의 뒷배를 봐줬고, 그로 인해 국책은행에 자본잠식이 생기면 한국은행이 다시 돈을 찍어 조달해주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왔다. 한국은행이 '화수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재원은 결국 국민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혈세이므로,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 문제에 국회가 배제될 수 없는 이유이다.


아울러 방만한 감독시스템의 개혁도 절실하다. 가장 심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정부 당국과 국책은행에 있다. 이들 부실기업의 연명을 지시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실체가 규명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은 물론 임원 선임에 '금융 전문성'을 도외시 한 채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함으로써 관리부실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차제에 관치금융(官治金融)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각종 탈법행위 내지는 방만 경영으로 기업을 부실에 이르게 한 대주주나 경영진도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돈타령만 하고 있고, 적자경영에 책임지고 물러난 대주주나 임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조조정으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부실기업이나 은행들을 위해 구조조정자금 조성을 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국민들이 분노한다. 곪은 곳은 빨리 도려내야 하듯이,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거나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에서의 급선무는 그와 같이 곪아 터질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기해 엄중하고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는 것이다.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선언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선언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 25.12.3118:01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양기대 전 국회의원(12월 31일)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의 마지막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2월 18일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분이죠. 재선 광명시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지낸 양기대 전 의원님 어서 오세요.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양기대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