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우세적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임대수요를 찾기 쉬운 주택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단지 등 기존에도 투자수요가 몰리던 분야에 집중돼 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실거주 수요자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난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던 가운데 월세전환을 부추겨 서민주거난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지난해 강북권에서 분양업무를 봤던 한 건설사 직원은 11일 "금리인하는 부동산, 특히 대출비중이 높은 주택분양쪽에서는 무조건 호재"라며 "최근 분양물량의 경우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금리와 연동되는 만큼 고객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개포지구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경우 일반분양 과정에서 인기를 끌면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반면 강북권에서는 도심 오피스텔이나 용산 등 개발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매매거래가 한산해졌다. 대출규제로 기존 주택거래에서는 상환부담이 높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2년 전처럼 활발해지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성동구 K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단 금리인하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까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겠지만 대출규제 영향이 워낙 커 당장 거래가 활발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내 집값 추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 4.6% 정도 올랐다. 각 자치구별로 보면 종로(1.9%), 중구(3.4%), 용산구(2.3%), 서대문구(3.3%), 마포구(3.3%) 등 강북은 일부를 제외하곤 평균치를 하회했다.
강남ㆍ서초구에서는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가격오름세가 두드러진 것과 비교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고분양가 논란의 진원지인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용산구 S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초 재개발이나 공원개발 이슈가 불거지면서 강남권에서 투자수요가 많은 넘어온 편"이라며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빌라 같은 물건이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종로구 한 중개업소는 "세입자 찾기 쉬운 역세권 소형아파트나 오피스텔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전환을 가속화해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마포구에 사는 한 아파트입주민은 "전세만료 시점이 다가오는데 주변지역까지 시세가 1억3000만~1억5000만원 정도 올라 고심중"이라며 "집주인은 보증금이 오른 만큼 월세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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