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살림에 혼외자 챙겨달라 요구까지…법원, 불륜남편 이혼청구 기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다시는 여자와 업무 외적인 만남이나 통화는 하지 않겠다."
2003년 10월 남편 A씨는 부인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A씨는 부인과 결혼해 14년간 잘 살았지만, 2001년 내연녀와 불륜관계를 맺었다. 2002년에는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았다.
A씨는 부인에게 용서를 비는 각서까지 썼고, 그렇게 불륜은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인이 2012년 3월 승용차 블랙박스에 녹음된 A씨와 지인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A씨가 이메일로 내연녀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혼외자에게 선물도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내연녀와 헤어질 때 "60세에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던 내용도 담겨 있었다.
A씨는 한술 더 떠 기왕 알게 됐으니 혼외자에게 선물을 주는 등 챙겨주면 안되겠느냐고 부인에게 얘기했다. 그 얘기로 부인과의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A씨는 집을 나간 뒤 별거 생활을 시작했다. 3개월 뒤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부인이 자신을 무시하고 부부공동재산을 처분하려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부인은 A씨 수입으로 마련한 자금 1억7000만원으로 땅을 샀는데 그 땅은 17억2000여만원까지 뛰었다. 부인은 그 땅에 6억원의 근저당 설정등기를 마쳤다. 또 부인은 남편과 별거할 무렵 통장에서 3억원을 인출했다.
A씨는 2012년 5월 해당 토지에 대해 부동산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함께 이룩한 부부 공동재산을 가로채려고 해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부인의 재산처분을 근거로 혼인관계 파탄 원인이 배우자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바람을 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1심은 "피고(부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원고(남편)를 통해 혼외자에게 넘겨질지 모른다고 우려하여 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혼인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경우에는 협의 하에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2심도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유책 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는 결국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고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면서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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