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로 간 중국인 1억2000명, 총 소비액 1조2000억 위안
중국정부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 '내수'로 돌리자"
입국장 면세점 19곳 신설하고 기업들은 '핵심 콘텐츠 양성' 촉발
韓 기업, 제한적 영향 가능성
매년 1억명 이상이 해외에 나가 1인당 평균 188만8000원씩 소비하고 돌아온다. 밖으로 빠지는 돈은 2012년 100조원대에서 지난해 200조원대로 2배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해외소비로 빠져나가는 돈을 내수소비로 돌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5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입국장 면세점 19곳 신설 계획을 밝혔다.
해외관광객이 중국에 입국할 때 공항이나 항구 입국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을 광저우, 항저우 등 도시에 19곳 신설한다는 게 요지다.
이에 따르면 광저우 바이윈 공항, 항저우 샤오산 공항, 청두 솽류 공항 등 13개 국제공항과 선전 푸텐, 황강 등 6곳의 항로가 입국장 면세점 신설 장소로 선정됐다.
면세 대상은 해외에서 출발해 중국에 도착한 후 세관절차를 밟지 않는 여행객이다. 또한 중국으로 돌아오는 자국 관광객들에게 부여된 해외제품 구매한도를 현행 5000위안으로 유지하되, 신설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하면 한도를 최대 8000위안까지 늘려주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입국장 면세점 확대 정책은 내수소비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요우커들은 1억2000만명이 해외로 나가 1인당 평균 1만위안씩 소비해, 총 소비액이 1조2000억위안(227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19% 증가한 수준이다.
해외직구 금액을 합산하면 해외 소비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이번 춘절 연휴 기간에만 6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외국으로 나가 10조원을 소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가 이번 면세점 확대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해외소비를 내수소비로 돌리기 위한 정책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중국기업들이 소비재·콘텐츠·종자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관련, 유진투자증권은 중국인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핵심 콘텐츠 양성'이 시작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공급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품질과 브랜드를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핵심 콘텐츠를 양성하려는 시발점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국유기업인 중국화공은 스위스 농업생물공학 기업 신젠타를 52조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패션기업 랑시그룹이 한국 마스크팩 기업 L&P 코스메틱 지분 10%를 600억원에 인수했으며 알리바바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스엠에 35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같은 일련의 활동들이 중국의 소비재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우커들이 일본, 한국, 홍콩 등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는 주요 요인은 중국 중산층 비중 확대에 따라 중국인들의 눈높이는 높아져만 가는데 중국상품의 품질이 이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점진적으로 중국 내에서 공급되는 제품 품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해외소비를 내수소비로 돌리려는 중국의 소비변화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이같은 계획으로 국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제조 및 브랜드 업체들도 품질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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