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세계보건기구(WHO)가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 확산에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가뜩이나 침체한 세계경제에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당장 지구인의 축제로 꼽히는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등으로 바이러스가 번질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침체, 일본 마이너스 기준금리에 이어 우리나라 수출 악재로도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가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이지만,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 숲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20여개 국가에서 보고된 상태다. 대다수의 바이러스 보균자들에게는 증상이 미비하지만 선천성 소두증을 유발시켜 아기들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카바이러스의 가장 직접적인 경제여파는 브라질 등 남미지역을 향한 여행 급감이다. 이미 미국 항공사들은 지카바이러스 창궐 지역으로의 항공권을 예약한 임신 여성과 그 동행에게 여행 일정을 변경하거나 항공권 비용 환불을 허용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중남미 지역 노선을 대상으로 임산부에 한해 항공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바이러스를 조기에 퇴치하지 못하면 이 같은 여파는 오는 8월 브라질 올림픽까지 미쳐 올림픽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상황이 좋지 못한 브라질이 올림픽 효과까지 보지 못하게 되면 중남미 경제위기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더욱 문제는 북미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지카바이러스 발병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번질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퍼질 수밖에 없다. 중국 경기침체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G2 리스크가 더 커지는 셈이다. 이는 대외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내수 경기에 직격탄을 줬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달리, 지카바이러스가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조기에 바이러스가 퇴치되지 않고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6년5개월만의 최대 폭락을 기록한 수출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 급감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교역 1조 달러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1조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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