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27일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미중 외교수장이 맞붙었다. 사실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도출 전 '북핵 담판'의 성격이었던 이번 회담에서 결과적으로 미국은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중 양측 외교수장은 이날 회담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제재에 대해 "북핵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동맹을 보호할 어떤 조치든 취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별한 능력을 믿는다"며 중국의 변화를 요구했다.
왕 부장과 케리 장관은 이날 오전 중국 외교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왕 부장은 미국의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모든 국가와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그런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우리 국민과 우리의 동맹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케리 장관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며 중국을 압박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사실상 미중 간 그동안의 대북제재의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이는 회담 전부터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정부 관리들의 중국을 겨냥한 북핵문제 발언들에 대해 "(그런 발언은) 도리에 매우 어긋난 것이며 건설적이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앞서 케리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문제가 된 ‘6자 회담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그 책임의 원인을 사실상 미국으로 돌렸다. 화 대변인은 "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반도의 평화·안정 수호는 중국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유관 '각방(各邦)'이 마음을 모아 협력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문제"라며 "근년 들어 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곤경에 부딪히고 6자 회담이 정체된 중요한 원인은 개별 당사국이 바로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개별 당사국'은 미국을 지칭한 것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케리 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6자회담 관련 '미국의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대북제재 협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외교적 수사’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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