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전차군단(전기ㆍ자동차)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4분기 들어 성적이 급감했다. 현대기아차도 4분기 실적에 발목이 잡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전망도 녹록치 않다.
전자와 자동차 업계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깜짝 실적을 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반기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인 뒤 하반기 실적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 매출 8조3420억원, 영업이익 6258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에 가깝다.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0.3% 가까이 줄어든 606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0조3400억원, 영업이익 26조3700억원을 기록해 4년 연속 매출 200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4분기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6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기대치에 다소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매출 1조1923억원, 영업이익 987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으로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 TV 사업 역시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도 못미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8조7980억원, 영업이익 5조3361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서며 8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같은 실적 악화는 신흥국의 통화 약세와 주요 시장의 경쟁심화에 따른 결과다. 올해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전차군단은 공격 경영으로 위기 타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제품의 가격 하락을 이겨내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평택에 최대 15조원의 대규모 반도체 라인 투자를 진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사용자 생체 정보를 전송하는 바이오프로세서 조기 양산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선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갤럭시S7'을 조기 출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TV 시장에선 초고화질(SUHD) TV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다. 생활가전에서는 상식을 파괴하는 혁신 제품인 '무풍 에어컨', '정온 냉장고'를 글로벌 시장에 조기 안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D램 가격 급락으로 인해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지난해와 동일한 '6조원+a'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2년 연속 최대 투자인 것이다. 신규 라인과 함께 SK하이닉스가 뒤쳐진 10나노급 미세공정,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앞당길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소폭의 흑자전환을 기록한 자동차부품(VC) 사업부의 본격적인 성장과 함께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진용을 꾸렸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올레드(OLED) TV를 생산하고 있는 LG전자가 초고화질(UHD) TV와 함께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해 TV 시장 부진을 이겨낼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LCD 패널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수익이 떨어지자 대형 OLED 패널 라인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 LCD 패널로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어려운 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경쟁 구도를 옮겨 가겠다는 의도다.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를 별도의 브랜드로 구축해 고급 자동차 시장을 공략한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갖고 있던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높은 브랜드에서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6종의 제네시스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벤츠, BMW 등 독일차와의 정면 승부에 나서는 셈이다.
이를 위해 벤틀리의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벨기에 태생의 루크 동커볼케도 영입했다. 동커볼케는 올해 상반기부터 현대디자인센터 소장으로 일하며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사장과 함께 제네시스와 현대차 브랜드의 디자인 개발을 맡는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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