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둥국제신탁, 이르면 3분기 홍콩 증시 상장
국영 신탁사, 역외 증시 '최초' 상장 추진
신탁사 IPO도 22년 만에 처음
WSJ 등 "금융시장 뇌관, '그림자 금융' 옥죄기 신호탄" 보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자산 규모 50조원이 넘는 중국 산둥국제신탁(山東省國際信託)이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중국 국영 신탁회사가 역외 증시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꼽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주범 격인 신탁사가 IPO하는 것 자체도 지난 1994년 이후 22년 만이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빌어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 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같이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 밖 금융 기관은 물론 이들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 일체를 말한다. 중국 정부가 지나친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은행권 규제를 강화하자, 대출이 어려워진 지방정부와 현지 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그림자 금융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채무 기업이 고금리의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순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버블 붕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헤지펀드 대가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도 3년 전부터 '중국판 서브 프라임'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이런 점에서 중국 국영 신탁사가 IPO를 통한 경영 투명성 제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 매일경제(每日經濟)는 "산둥국제신탁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 주요 경영 사항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올해 3분기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인 산둥국제신탁은 중국 내 68개 신탁사 중 하나로, 1987년 3월 설립됐다. 2014년 현재 3300억위안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한다. 이 가운데 대출금은 50%에 달한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경제지 화푸차이징(華富財經) 등 현지 언론은 산둥국제신탁이 IPO를 통해 5억달러(약 6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국영 신탁사의 상장 소식에 투자 매력을 느낄 지는 미지수다. 한 애널리스트는 "증권가에서는 적정 가치(밸류에이션)를 산정하는 작업부터가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본다"고 WSJ를 통해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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