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방식 변화, 인터넷은행 출현 앞두고 전통적 거래 축소…구조조정 확산, 영업점 감소에 희망퇴직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연초부터 은행권이 지점폐쇄, 희망퇴직으로 뒤숭숭하다. 최근 몇년동안 지속돼 온 구조조정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체감도는 여진 수준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세번째 지진이 예고돼 있어서다. 강도도 더 셀 것으로 우려된다. 진원지는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함께 새롭게 출현한 경쟁자들이다. 은행으로서는 영업방식 전면 변화, 인터넷은행 출현 등에 맞서 그동안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방식 전면 변화·새로운 경쟁자 나온다= 지난해 말 선보인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 IBK기업은행의 홍채 ATM은 은행이 비대면으로 영업방식을 바꾸겠다는 신호탄이다. 인터넷뱅킹 강화로 비대면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물론 영업점 거래를 대폭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대면 비중을 늘리기 위한 전담팀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비대면 영업방식 출현은 점포를 통한 전통적인 거래 축소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인터넷뱅킹 거래 비중은 37.8%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올랐고, 자동화기기(ATM CD), 텔레뱅킹 거래 등을 합친 비대면 거래 비중은 89.3%에 달했다.
모 은행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과 영업방식이 은행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시대가 됐다"며 "은행들이 사람과 점포를 통한 전통적인 영업방식에서 탈피, 신기술을 도입한 새 영업방식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출현하는 인터넷은행은 은행이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경쟁자다. 카카오뱅크의 정원은 173명, K뱅크는 200여명 수준으로 시중은행 대비 1~2%에 불과하다. 규모로 보면 시중은행에 상대가 안되지만, 핀테크 등 혁신성과 높은 예금이자·중금리 대출 특화에 시장을 잠식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성과주의 확산= 영업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올해 인력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영업점을 줄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규모 인력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은행권 퇴직자 4000여명을 넘어 5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먼저 인력구조조정의 포문을 연 것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규모는 미정이지만 통상적인 160여명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 중 가장 많은 1122명을 내보낸 KB국민은행, 두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을 실시, 240명을 정리한 우리은행 등도 올해 다시 인력구조조정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접수한 IBK기업은행은 직원 188명을 올 상반기 내 내보낼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성과주의도 올해 은행의 운명을 가를 키워드다. 개인의 실적이 저조해도 얼마든지 조직의 성과에 묻어 갈 수 있는 기존 호봉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일 새해 주요 금융개혁 과제에 대한 간담회에서 "금융개혁을 체감하려면 금융권에 성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도록 차등화해야한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신임 노조위원장이 성과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성과주의 확산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임 위원장은 "보수체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평가와 인사체계,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측면의 개선을 추진하겠다. 특히 공공부문이 선도해 민간으로 확산하며 노조 설득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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