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금 흡수 본격화 예상…삼중고 신흥국 어쩌나·亞 증시 급락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9년여 만에 단행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로 풀렸던 '달러 자금'의 본국 회귀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에 감춰져 있던 신흥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의 돈줄 죄기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미 전 세계 돈의 이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시장에 미국 금리인상 전망이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해외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총 2300억달러에 달한다. 2009년부터 5년 반동안 미국을 떠난 자금 7500억달러의 3분의 1이 미국으로 돌아온 셈이다. 10월과 11월에는 이같은 흐름이 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과 유럽·일본의 금리 격차,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강달러 현상은 향후 미국의 자금 흡수가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점을 뜻한다. 이미 중국의 경기둔화에 원자재 가격 대폭락으로 시름하고 있는 신흥국들의 경제난이 심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쫒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서 체력이 약한 신흥국 증시와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고요한 미국의 채권시장 분위기 역시 해외 자금의 미국 유턴을 보여준다. 통상 금리인상은 채권시장에 악재다.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긴축 예고 발언으로 미 국채금리가 폭등했던 것은 채권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하지만 지난 6월 2.48%를 돌파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2.14%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채권금리 안정은 그만큼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견실하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것이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았던 지난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면서 이를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 비유했다.
당시 Fed 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이름을 딴 용어다. 미국은 지난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1%에서 5.25%로 무려 4.25%포인트나 올렸지만 같은 기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0.60%포인트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을 대량으로 매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경제 둔화와 저유가에 따른 물가 하방위험, 강달러 부담 등으로 첫 금리인상 이후 미국의 긴축정책이 점진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신흥국에겐 긍정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5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년에 0.25%포인트씩 3번 오를 것이란 예상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24%는 2번 인상을 예상했다.
FT는 "미국이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둔화와 강달러가 Fed의 금리인상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14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반영되며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8분 현재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3% 급락한 1만8643.09를 기록중이다. 토픽스지수는 2.8% 하락중이다. 대만·싱가포르 증시도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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