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동대문과 서대문(신촌ㆍ홍대)은 서울의 동ㆍ서 양단을 대표하는 상권이지만 각각 가진 과제가 적지 않다.
동대문은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에도 추락하는 매출액이 고민이다.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단순한 의류도매상가이던 동대문은 1990년대 이후 여러 의류쇼핑몰이 자리잡은 후 대표적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이어 2013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같은 랜드마크 시설이 들어서며 위상은 더 높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 해 동대문 일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710만명에 달했다.
문제는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8조원에 달했던 동대문 상권의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SPA브랜드의 성장이 이유라고 보고 있다. H&M, ZARA,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SPA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균일한 품질을 무기로 국내 의류시장을 잠식했다. 이어 타격을 입은 동대문 상권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산 저가 의류를 수입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의 부재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대문 상권은 최근 들어선 DDP를 제외하면 관광객들의 발목을 붙잡을 문화공간이 거의 없다. 동대문 상권에서 10여년간 의류도매업을 해온 상인 김모(47)씨는 "놀고 먹고 즐길 공간이 없다보니 관광객 대부분이 쇼핑몰이나 새벽녘 여는 '짝퉁시장'에 들렀다 바로 떠난다"고 말했다.
동대문 상인들은 최근 입점이 확정된 두산타워 면세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방문 관광객의 41.4%가 쇼핑장소로 시내면세점을 꼽았던 점을 감안하면, 면세점 입점이 유동인구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두산 측은 동대문 두산타워에 1만7000㎡ 규모의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약 250만명의 외국인관광객이 새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비해 신촌ㆍ홍대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에 상권이 위협당하고 있다.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문화예술인, 자영업자들이 몰려 독특한 상권이 만들어졌는데 대규모 자본이 몰려와 임대료가 치솟으며 고유의 상권을 형성했던 세력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홍대 인근의 상가 임대료는 20%까지 치솟았다. 보증금, 권리금까지 급등하며 독특한 카페와 미술품점들이 인근 합정ㆍ상수동, 연희동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이들 상권에서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노후 건물주에 3000만원을 빌려주고, 임대료 상승은 최대로 자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더불어 시중금리보다 1% 낮은 금리로 최대 8억원을 대출, 자영업자들이 건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자산화 전략'도 추진할 방침이다.
금기용 서울연구원 글로벌관광연구센터장은 "신촌ㆍ홍대 상권의 경우 자생적으로 성장한 상권인 만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 주도의 정책이 민간시장에서 얼마나 먹혀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