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주스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CRO 인터뷰
"사용 중인 주파수 정부 회수 땐 그동안 투자 낭비 되는 셈"
"정부, 재할당 원칙 세우고 최소 15~20년 단위 주파수 사용 허가해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정부가 추진중인 주파수 경매가 이동통신사의 중장기적 투자를 막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존 주스티(John Guisti)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최고규제책임자(CRO)는 30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동통신사가 특정 대역 주파수를 통해 가입자에게 서비스 중이라면 (사용 허가 기간이 끝나도) 정부가 재할당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동통신은 네트워크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주파수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통신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는 곧 소비자 고품질 서비스를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12월 사용기간이 끝나는 2.1기가헤르츠(㎓)대역 100메가헤르츠(㎒)폭 중 80㎒는 SK텔레콤과 KT에 각각 40㎒씩 재할당하고, SK텔레콤이 LTE용으로 쓰는 20㎒만을 회수해 경매하기로 했다.
논란의 핵심은 SK텔레콤이 이미 투자를 해 LTE 가입자들이 쓰는 주파수 20㎒폭을 정부가 회수하는 것이다.
주스티 CRO는 "사용 중인 주파수를 정부가 회수한다면, 그동안의 투자가 낭비되는 것"이라며 "주파수 재할당은 장기적으로 이동통신사의 투자를 저해하고, 이는 결국 통신산업의 미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이라는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최소 15~20년 단위로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주파수 사용 기간은 10년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LTE-TDD(주파수 시분할)'를 거론했다.
이동통신 기술은 크게 FDD(주파수 분할)와 TDD 방식으로 나뉜다. FDD는 기지국과 단말기가 서로 다른 주파수를 이용하는 반면 TDD는 기지국과 단말기가 하나의 주파수를 함께 사용한다.
TDD 방식은 데이터 트래픽의 양에 따라 상하향 주파수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쉽게 말해 TDD 방식은 2차 가변차선이고 FDD 방식은 일반 2차선 도로다. 현재 37개 국가에서 62개 사업자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방식(와이브로 제외)은 현재 FDD로만 이뤄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상하향 주파수를 구분하지 않는 TDD 방식이 선호되고 있는 추세다.
그는 "LTE-TDD의 핵심 주파수 대역은 2.3㎓와 2.6㎓"이라며 "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LTE-TDD"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정책에 따라 오는 2018년 2.3㎓, 3.5㎓ 등의 LTE-TDD 주파수를 경매할 예정이다.
주스티 CRO는 또 "GSMA 멤버들은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려면 600~800㎒ 대역을 추가 발굴해야 한다"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역시 정부가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
주스티 CRO는 GSMA의 공공 정책과 정부, 규제당국, 국제기관 및 개발기구에 관한 업계 대변 의제를 책임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17년간 일했으며, 2011년 GSMA에 합류했다. GSMA는 세계 800여개 이동통신 사업자와 200여개 제조사, 장비업체로 구성된 협의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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