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의 밑거름을 다졌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자손들은 삼성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CJ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이 선대회장이 뿌려놓은 씨앗에서 자라난 대표적인 열매들이다.
이 선대회장은 부인 고 박두을씨와 3남 5녀를 낳았다. 맹희·창희·건희 등 아들 셋과 인희·숙희·순희·덕희·명희 등 딸 다섯이다. 그 중 첫 번째 아들이 바로 제일제당 관련 기업을 물려받은 고(故) 이맹희 CJ 명예회장이다.
지금의 CJ그룹을 만든 사람은 선대회장의 손자인 이재현 CJ 회장이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은 제일제당, 제일제당건설, 제일씨앤씨, 제일냉동식품, 제일선물을 삼성그룹에서 분리했다.
당시 이맹희 명예 회장의 부인인 손복남 여사는 이재현 회장에게 제일제당 주식을 증여했다. 최대주주가 된 이 회장은 제일제당그룹을 출범시킨 뒤 설탕으로 시작한 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 제일제당의 사명을 CJ로 바꾼 뒤 식품과 식품서비스, 바이오, 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 4대 사업군으로 사업 영역을 구성했다.
이후 1996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설립하고 2011년에는 CJ미디어, 온미디어, CJ인터넷, 엠넷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한 국내 최대 미디어 기업 CJ E&M을 출범시켰다.
노력 끝에 삼성에서 분리 당시 2조원이던 CJ그룹의 매출은 현재 26조~27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국내 부동의 1위인 식품 및 바이오사업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분야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맹희 회장의 딸 이미경 부회장, 막내 이재환씨 역시 CJ그룹의 계열사를 맡아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소유한 신세계그룹 역시 그의 유산이다.
신세계는 제일제당이 분리될 당시 삼성에서 동시에 계열 분리됐다. 이명희 회장은 형제 중에서도 이 선대회장의 사랑을 유난히 많이 받은 인물이다. 이명희 회장은 "선대 회장님께서 이렇게 하셨는데"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부친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내비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동갑내기 사촌형제, 이명희 회장의 외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젊은 오너경영인으로 그룹 내부에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제는 2세를 넘어 3세 경영 시대로 접어선 범 삼성가가 또다른 모습으로 한국의 재계를 이끌고 있다.
이 선대회장의 차남인 고(故) 이창희의 소유가 됐던 새한그룹은 삼성에서 분리, 한 때 재계 순위 20위 중반의 중견그룹으로 컸으나 IMF 금융위기 후에 대부분의 계열사가 매각 또는 부도 처리됐다. 이밖에 장녀인 이인희가 현재 고문으로 활동하는 한솔그룹을 비롯해 중앙일보, 성균관대학교 등도 이병철이 남긴 유산들이다.
이렇게 이병철 창업주는 삼성전자를 통해 국내 반도체, IT·전자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유통, 바이오,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가 발전하는 데 씨앗을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 가족이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공헌을 했다"며 "일부가 재계 전체를 잡았다는 지적, 가족들 간 다툼 등 얼룩도 있었지만 한국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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