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미 정상회담 후…양 정상 첫 공동성명서 마련
연이은 일정서 中경사론 일축…"한국은 美의 핵심 파트너"
한일관계 개선 의지 밝혀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외교가에 퍼져있는 의구심 즉 '한국이 중국에 쏠려 있는 것 아니냐'는 중국경사론을 일축하는 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미 국방부 본부(펜타곤) 방문, 한미 재계회의 총회, 외교안보 정책연설 등 1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일정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했다. 또 '위안부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선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 미국 주도의 다자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의사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있을 정상회담 후 북한 문제에 대한 별도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오후 워싱턴DC 소재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통일 장애물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된다는 전제가 있다. '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무 소용 없다' 또 '국제 사회에서 고립만 되고 전세계가 등을 돌리게 된다'는, 결국은 국제사회의 공조 속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을 택하도록 하는 길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쟁 억지력 유지를 위해선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노력이 일관되게 지켜져야 한다'며 지난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후 정부의 대응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이처럼 '통일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앞선 연설에서는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의 동북아 패권국 부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은 여전히 '미국과의 공조'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직접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난 70년 동안 위대한 여정을 함께 했던 한미 양국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에 다시 서 있다"며 "우리 앞에 전개될 여정은 인류애를 향한 굳건한 동반자인 한미 양국이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펜타곤을 찾았을 때도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아태지역의 안정,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라고 역설했다.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 의지도 어느 때보다 전향적 표현을 써가며 내놨다. 한일관계는 한ㆍ미ㆍ일 3각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기본조건이면서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박 대통령은 11월초 서울에서 개최될 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의미 있는 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CSIS 연설 그리고 앞선 한미 재계회의 총회 축사에서 TPP 가입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및 TPP 창립국 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CSIS 연설에서 "TPP에 있어서도 한국은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 했고, 재계회의 총회에선 "TPP가 (한미) 양국 기업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방미 이틀째 일정을 끝마친 박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 정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성명서를 채택하는 것은 처음이며, 성명서에는 한ㆍ미ㆍ일 3각 공조체계 속 한미동맹의 비전, 북한 비핵화 촉구 및 대북제재 관련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속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안보지형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큰 틀의 윤곽도 성명서에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DC(미국)=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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