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변함 없는 '혈맹국'이란 메시지를 미국 주요인사들에게 각인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중국경사론 불식이 이번 미국 방문의 최대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경사론은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 쪽에 기울어있는 것 아니냐는 미국 외교가의 우려를 말하며, 지난달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한국은 든든한 파트너" 연신 강조 = 박 대통령은 14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인사 등 오피니언리더들을 대거 초청, 만찬을 겸한 '한미 우호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미국이 기여한 데 사의를 표함과 동시에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시키자는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국이 자랑스러운 성취를 이루는 데는 한미동맹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며 "한미 간의 우정과 인연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미 양국은 자유ㆍ민주주의ㆍ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이상으로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며 한미동맹은 미국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척 헤이글ㆍ윌리암 코헨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찰스 랭글 하원의원 등 미 행정부ㆍ의회 전현직 고위인사들을 포함해 싱크탱크ㆍ언론계ㆍ학계 주요 인사와 재미동포 대표, 한국전 참전용사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동포들을 초청해 격려하는 간담회를 여는데, 이번 미국 방문에선 양국 국민 간 우정을 확인하는 자리로 확대 개최한 것이다.
◆'전쟁ㆍ분단' 속 개인사로 결속감 도모 = 박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국 전쟁 및 분단 역사 속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미국인들을 직접 소개하며 두 나라간 뗄 수 없는 정서적 고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보니파스 여사, 6ㆍ25 전쟁 중 남편이 실종된 낙동강변에 자신의 유골을 뿌려달라고 유언하고 지난 2월 사망한 블랙스톤 여사의 사연 등을 참석자들에게 전하면서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3대에 걸쳐 한국을 도운 두건 전 국무부 본부대사,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했던 라우니 중장과 러니 제독, 작전을 총 지휘한 알몬드 장군의 외손자 퍼거슨 대령 등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도 일일이 소개하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그려가는 미래 비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통일"이라며 "혼자 꾸는 꿈은 단순히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영원한 친구로서 함께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은 워싱턴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참전용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흥남철수 작전 때 메르디스 빅토리호 일등항해사로 근무했던 러니 제독에게 "당신은 진정한 영웅이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당신 덕분에 오늘날 살아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의 '한미동맹' 강조 행보는 15일에도 이어진다. 박 대통령은 미 군사력의 핵심인 국방부 본부(펜타곤)를 방문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확인한다. 이는 두 나라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변치 않는 동맹국임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미국)=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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