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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오바마, 美의회와 또 다른 TPP 싸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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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5년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5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됐지만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또 다른 TPP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에서 TPP가 최종적으로 통과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FT는 TPP 협상 타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큰 승리를 거뒀지만 앞으로 맞닥뜨려야 할 미 의회와의 싸움은 기존의 다른 11개국 TPP 협상 당사국과의 싸움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6월 미 의회를 통과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정부는 협정에 서명하기 최소 90일 이내에 의회에 합의된 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야 하고, 60일 이내에 의회에 개정이 필요한 관련 법률의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미 의회의 비준과정이 간단치 않아 현재로서는 TPP 협정이 쉽게 의회 관문을 통과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 대선 국면과 맞물려 민주·공화 양당 간 정치공방으로 흐를 경우 비준 절차가 더 늦어질 수 있다.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비준 지연은 일본을 비롯한 다른 11개 협상 참여국들의 비준 절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TPP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의원들이 TPP 때문에 특정 업종이나 상품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이나 서한을 발표하며 협상 대표단에 압력을 가해 왔다.


의약품 특허 보호 문제 역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의약품 특허가 보호된다는 것은 보호 기간에 비교적 값이 싼 모방ㆍ자체개발신약(제네릭)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고, 이는 의료비 상승으로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한 헤지펀드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등에 쓰이는 항생제 제조사를 인수한 뒤 약값을 50배 가량으로 올리자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반발했고, 그에 따라 제약사 측에서 다시 약값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년여 동안 미국 의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사례를 거론하며, 여소야대 상태면서 대통령선거를 1년 남짓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TPP가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본에서는 다른 국가 간 협정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과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에서 각각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의회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장악력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무리 없이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TPP 참가국 가운데 행정부에서 무역협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개방됐지만 정치에서는 여전히 1당 독재체제인 베트남, 국왕의 권한이 강한 브루나이에서도 이날 타결된 협정 내용이 발효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협상 타결이 이뤄짐에 따라 향후 협상 참여 12개국은 협정문 번역과 각국 의회에 대한 협정문 송부, 그리고 각국 의회의 처리 또는 비준 동의 등 후속 조치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12개국 의회를 모두 통과하면 TP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7%, 교역규모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협정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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