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뇌 공포 기억 발현과 행동 제어 메커니즘 규명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공포 기억에 관계하는 뇌의 편도체에서 일어나는 발현과 이에 대한 제어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를 응용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뇌의 편도체는 공포로 인한 반응 행동, 공포와 관련된 자극을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내부의 측핵과 중심핵으로 이어지는 신경회로에 공포 기억이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로를 조절하는 억제성 신경세포군은 크기가 너무 작아(마우스의 경우 0.0098㎣) 연구가 어려워 그 역할과 조절 메커니즘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약한 공포를 학습시킨 마우스의 억제성 세포군에서는 장기 시냅스 저하가 쉽게 일어나는데 이런 시냅스 가소성을 광유전학적 방법으로 제거했더니 마우스가 과도한 공포 반응을 나타냈다. 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는 마우스나 도파민 수용체 발현을 억제시키는 약물을 주입한 마우스에서도 약한 공포 학습에도 불구하고 강한 공포 반응이 관찰됐다. 도파민 수용체가 장기 시냅스 저하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기 시냅스 저하(long-term depression; LTD)는 신경세포들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의 신호 전달 세기가 지속적으로 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에 의해 반응하는 유전자를 신경세포에 인위적으로 발현시킨 후 특정 파장대의 빛을 비춰 신경 세포의 활성을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시스템 신경과학 분야의 최신 기술이다. 도파민 수용체는 세포 밖으로 방출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결합해 세포 내에서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도파민 수용체와 장기 시냅스 저하에 의한 공포 기억 발현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편도체 내 억제성 신경회로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앞으로 관련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텍 김정훈 교수, 권오빈 연구교수, 이주한 대학원생 등이 이번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학술지인 뉴런(Neuron) 온라인판 9월 24일자(논문명: Dopamine Regulation of Amygdala Inhibitory Circuits for Expression of Learned Fear)에 실렸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에서 발현되는 적은 양의 수용체 단백질이라도 행동을 조절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동물에서 발생하는 과도하고 일반화된 공포 기억의 발현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앞으로 공포 기억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신경 정신질환 치료 연구에 새로운 타킷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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