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4살 박카스…"저 안 마셔본 사람 있나요"
비타민류 등장에 위기, 해외서 신성장동력
수지처럼 상큼 비타500 …마시는 비타민 시대 열어
최근 정치자금 스캔들에 등장해 화제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1. B(박카스)의 화려했던 과거
저는 B군입니다. 제 부모님께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술의 신이자 풍요의 신인 바커스(bacchus)에서 제 이름을 따 오셨다고 하네요. 술을 마시고 난뒤에 찾아오는 피로로부터 몸을 보호하자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저는 1961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54살이 됐습니다. 태어날 당시에 우리나라는 전쟁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아 온 국민이 힘들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쳐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피로회복제인 저는 태어나자 마자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품고 있는 간 보호 성분인 타우린과 피로감을 덜어주는 카페인, 비타민 등은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흔하지 않은 성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놀라시겠지만 태어날 당시에 저는 음료 형태가 아닌 알약 형태였답니다. 알약으로 태어났지만 당시에는 알약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더운 날씨에 제 몸이 녹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앰플 형태를 거쳐 지금의 유리병 모습으로 재탄생됐습니다.
이후 저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졌고 매년 수억병이 판매되는 초 히트 상품이 됐답니다. 제약회사 단일 품목 매출로는 국내에서 저를 따라올 제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저도 2000년대 들어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뒤에 등장하게 될 V양이 태어났기 때문이죠.
2. V(비타500)의 탄생
저는 V양입니다. 2001년에 태어났으니 이제 14살이 됐어요.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인기 가수 수지가 연상될 만큼의 상큼함과 깜찍함으로 태어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답니다.
비타민이 들어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지어진 제 이름도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저 하나에는 레몬 7개, 사과 35개, 귤 9개를 먹어야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이 함유됐다고 하네요.
제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비타민 시장은 알약이나 과립 제품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의 비타민 음용 형태가 마시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저는 기존에 인기를 끌던 피로회복제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피로에 지친 분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전국의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 가까운 곳에 제가 비치됐습니다. 사람들이 약국에서 사던 피로회복제를 손쉽게 편의점과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저를 찾는 분들이 매우 많아졌던 거죠.
저의 인기가 어느정도냐 하면 올해 작고하신 어떤 기업인께서 저를 포장했던 박스에 거금을 담아 유명 정치인에게 전달했다고 고백했을 정도입니다.
과거 사과상자에나 담겼던 검은돈들이 5만원권이 발행되면 서 부피가 작은 저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죠. 그 이슈로 인해 저는 다시 한번 온 국민의 관심을 받기도 했었답니다. 이같은 저의 인기가 바로 B군이 저로 인해 위기를 겪었다고 하시는 이유입니다.
3. B의 반격
V양이 나온 뒤로 상당기간 저는 방황을 겪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피로를 풀어줘야 하는 제가 오히려 피로감이 쌓여가는 상황이었죠. 2002년 1900억원대를 넘었던 제 매출이 급기야 2005년에는 1100억원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답니다.
당시 V양 매출이 1000억원대를 넘어서자 제가 V양에게 국민 피로회복제 자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렸으니까요. 일부에서는 제가 힘든게 V양 때문만은 아니고 경기침체 나 소비자의 기호 변화 등 다양한 외부 변수의 영향이라고 저를 위로하기도 했죠. 그러나 V양의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저의 위기의식은 커져만 갔습니다.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반전의 기회는 기다리는 자의 몫이었습니다. 2011년을 전후로 제 위상을 다시 찾게 되는 몇가지 전환점이 찾아온 것이죠.
첫째는 2011년에 제가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동안 약국에서만 저를 보셨지만 그 시기를 기점으로 편의점과 슈퍼마켓에도 제가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좋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저는 약국용과 마트용으로 종류가 나뉘어 공급되기 시작됐고 덕분에 매출도 큰 폭의 회복세를 기록했습니다.
두번째 전환점은 바로 수출입니다. 제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실 텐데요. 저는 해외에서는 캔에 담긴 에너지 드링크 형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R군(레드불)이나 M씨(몬스터)와 같은 형태라고 보시면 이해하시기가 쉬우실 것 같네요. 저는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에너지드링크 시장 1위를 차지한 지 오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수십여개국에 진출했습니다.
해외 매출도 급격히 늘어 2010년 42억원에서 2012년 208억원, 지난해 3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당연히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몇가지 반전을 계기로 마침내 저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고 3000억원 고지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제약회사 단일 제품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4. 재도약을 노리는 V
저도 한때 매출이 1200억원을 넘기면서 B군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답니다. 국내 최초의 비타민C 드링크라는 명성에 걸맞게 엄청난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출 이 정체되며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나오니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 와중에 B군이 재기에 성공하면서 저의 승부욕을 더 자극했어요. 오리지널인 100ml제품을 필두로 250ml 치어팩, 얼려먹는 아이스 팩, 키즈용 제품 등 다양한 형제 자매들이 시장에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도 시작했어요. 수출액은 10억원대로 아직 크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네요. 올 해는 다시 과거의 인기를 회복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요.
사실 출시된 지 14년 밖에 되지 않은 제가 B군과 같은 대선배와 경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무한한 영광이기도 해요. 저희가 닮은 듯 다른 모습과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려요.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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