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표류하는 한국號에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시계아이콘02분 3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새 경제엔 새 제도 필요, 이를 위해선 정치구조 바꿔야 …책 ‘제자리로 돌아가라’

1984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조사부 국제경제과. 과장은 미국 듀크대학 교수 출신으로 재무성 부차관보로 근무하다 온 조지프 마이클 핑거였다. 이 부서에 스탠퍼드대학에서 금융자유화를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은 신입 이코노미스트가 들어왔다.


핑거 박사는 이코노미스트에게 “앞으로 1년 동안 연구할 과제를 써 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금융제도의 개편과 자본시장의 개방전략에 관해 연구하겠노라‘는 거창한 연구계획서를 써 냈다.

핑거 박사가 다음 날 비서를 통해 이코노미스트한테 돌려준 연구계획서의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 연구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설교하겠다는 것인가?’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 이코노미스트였다. 조 교수는 “제 잘난 줄 알고 세상 연구를 다 하고 싶어 했던 필자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며 이후 과장과 자주 충돌하게 됐다고 들려줬다. 그는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과장의 질책을 고마워하게 됐다.


조 교수는 “이분이 햇병아리 경제학자였던 필자에게 이후 3년 동안 끊임없이 주입한 것은 어떤 연구도 처음에 매우 분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서와 이 연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결과와 메시지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미리 갖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안 없었던 경제민주화= 그는 이 사례를 들어 경제민주화를 거론한다. “한 편의 연구논문도 이럴진대, 하물며 국가 경영에서랴"라며 그 말 뜻을 분명히 밝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제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류하는 한국號에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
AD

경제민주화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지만 재벌개혁이나 부의 분배 등 각론에 들어간 구체적인 토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2012년 칼럼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며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모호한 구호 뒤에 자신의 생각을 숨기거나 혹은 아무 비전도 없음을 감추려 하지 말고, 더욱 명확한 언어와 구체적 대안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전 선거의 화두처럼 제대로 실행된 게 없는 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고 경고했다.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됐나. 조 교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도 모르고 박근혜 후보도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복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토론하며 교학상장= 저자는 이처럼 이전 칼럼을 현재 시점(2015년 5월)에서 되짚어보고 추가해 이 책으로 묶었다. 칼럼 85건 중 대부분에 ‘다시 보기’라는 후기가 붙어 있다. 후기에는 분량 제약 때문에 쓰지 못한 이야기와 신문이라는 공기(公器)라서 하지 못한 개인적이 말을 풀어놓게 됐다고 저자는 들려준다.


후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그는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이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악수하며 인사한 일 밖에 없는 사이였다.


저자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모른 채 보좌관 제의를 받고 그와 함께 일하게 됐다”며 “그로부터 2년간 청와대에서 그를 보좌하며 경제정책뿐 아니라 역사, 사회발전, 서양사상 등에 관해 수많은 대화와 토론을 나누며 그의 식견과 명석함에 놀라고 인간적으로 그를 좋아하고 점점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중시했고 토론을 좋아했다. 저자는 자신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 노 대통령이 응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그와의 토론을 통해 진보적 가치와 관점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며 “아마 그도 개방과 시장 자율의 장점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이처럼 본 칼럼보다 후기를, 논지보다 일화를 앞세우는 것은 달을 논하지 않은 채 손가락을 묘사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현재 상황에 비추어 칼럼을 복기하며 ‘다시 보기’를 읽는 것이라는 점에서 양해될 수 있는 책 소개가 아닐까 한다.


표류하는 한국號에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

이 책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에 이어 주영국대사로 활동한 저자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강타한 이후부터 쓴 칼럼 85편과 후기가 엮어졌다. 주제는 금융위기에 대응한 재정ㆍ통화정책, 출구전략, 부동산 경기 부양, 고령화, 중소기업 정책,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통화정책의 효과, 중국의 구조개혁 등이 ‘불확실성 시대의 경제’로 묶였다.


저자는 칼럼의 절반 정도에서 정치체제 개혁을 논했다. 국가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방안으로 ‘내각책임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거나 ‘대통령이 좀 더 강한 권한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부와 국회의 상대적 권한을 재조정’하는 두 가지 선택을 제시한다.


경제학자가 왜 정치체제 문제를 천착하게 됐을까.


그는 한국 경제를 ‘종(縱)과 횡(橫)의 충돌’ 상태로 분석한다. 종적인 문제란 빠른 경제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새로 분출하게 된 국민의 욕구를 수용해야 하는 국내적 도전을 가리킨다. 횡적인 문제는 한국 경제가 처한 국경 없는 경쟁에 대응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종적인 측면에서는 (균등 분배를 위한) 정책의 공정성이 요구되고, 횡적인 측면에서는 정책의 효율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충돌하는 종과 횡 사이에서 해법을 도출하고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인 과정이다. 현재의 대립적인 정치체제는 이 정치적인 과정을 풀어내기 역부족이다. 저자가 국가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긴 흐름 위에서 글로벌한 시각으로, 주요 변수의 관계 속에서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저자의 틀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


조윤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한울, 447쪽, 2만8000원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 25.12.3118:01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양기대 "경기도 대중교통 무료화하겠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양기대 전 국회의원(12월 31일)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의 마지막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2월 18일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분이죠. 재선 광명시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지낸 양기대 전 의원님 어서 오세요.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양기대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