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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다]'대치동 은마', 강남 불패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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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라면 나는 공화국의 수장이라 할 수 있지. '황금알'로 불리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자 욕망의 정점이기도 하다구. '자고 나면 오른다'는 말 알지? 한달만에 수천만원이 올랐고 불과 5년만에 값이 세 배나 뛰어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었지.


드넓은 호화주택이냐고? 아니, 낡아빠졌고 국민주택 규모 정도야. 그런데도 한 때 내 몸값은 13억을 넘어섰었어. 정말 그 땐 최고였지. 물론 최근 몇 년간은 좀 찌질하게 지내왔던 게 사실이긴 해. 하지만 말이야, 나는 다시 날고 있어. 재건축 아파트 붐이 일고 있잖아. 무엇보다, 나는 '대치동 은마'라구.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를 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의 경우 지난 14일 기준 매매가격이 10억4000만~11억1500만원에 이른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9억5000만~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여만에 1억원 이상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매주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 한달간 4000만원가량이 올랐다.


77㎡형 역시 같은 기간 8억5000만~9억원이던 시세가 9억3000만~9억8000만원으로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6월 초부터 7월초까지 4000만원이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올 들어 실행되면서 촉발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것이다. 소형 평형이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비율을 낮춰주는 등 재건축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정책에 대거 포함됐다.


1970년대 강남 개발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초점은 항상 강남이었고 재건축 아파트였다. 국내 최고 요지에 있는 낡은 아파트를 새로 지어 팔면 시세차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정부도 은마아파트 시세를 예의주시하면서 정책의 주된 기준으로 삼았다.


은마아파트는 대치동 316번지에 있으며 전용면적 77㎡(2674가구), 85㎡(1750가구) 두 유형으로 4424가구(14층짜리 28개 동)의 대규모 단지다. 1970년대 말 지어졌는데 당시 민간 아파트로는 사상 최대였다.


은마아파트의 전성시대는 2000년대와 함께 시작됐다. 2000년 4월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대치동 학원가는 급속도로 성장해 이른바 '사교육 1번지'로 자리잡아갔다. 더욱이 2001년 말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높게 출제되면서 '엄마 부대'가 앞다퉈 대치동으로 몰려들었고 은마아파트는 빛나기 시작했다.


사교육 뿐 아니라 2000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달리는 말에 엔진을 달아준 격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은마아파트는 주변의 미도나 우성아파트에 비해 낮은 취급을 받아 '미도 사는 아이들이 은마와는 안 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2002년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신청해 그 해 10월과 이듬해 3월 연거푸 불합격을 받았지만 한 번 달아오른 불길은 식을 줄을 몰랐다.


부동산114 시세를 보면 은마아파트 77㎡형 매매가격은 2001년 3억7000만원에서 2002년 4억8000만원, 2003년 6억2500만원까지 급등했다. 2년만에 2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84㎡형 역시 같은 기간 4억6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 7억4000만원으로 2억8000만원이 올랐다. 2006년에는 84㎡형 가격이 13억원까지 치고 올라가며 고점을 찍었다. 불과 1년만에 4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후 내림세를 보이면서 2012년에는 8억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올 들어 다시 10억원을 넘어섰다.


1979년 입주 당시 가격이 2000만원대 초반이었으니 35년만에 50배나 가치가 상승한 셈이다. 부동산 광풍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은마아파트는 대표적인 정경유착 비리 사건의 주인공 정태수 전 한보 회장이 재계에 본격 데뷔한 계기이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세무서 말단 공무원이었는데 1960년대 말 "사업을 하면 재벌이 될 것이며 '흙'과 관계된 일을 하라"는 유명 점쟁이의 말을 들었다.


실제로 그는 1974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했으며 강남 일대 아파트를 잇따라 분양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가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 은마아파트였다. 상습 침수 지역이었던 부지에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투자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를 만든 것이다.


초기에는 분양이 잘 안 돼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하지만 1980년 2차 오일쇼크 직후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단번에 1000억원이 넘는 분양금이 들어와 이 돈을 세는데 한보 전직원이 동원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는 점쟁이 말처럼 재벌이 됐으나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과 무차별적 로비로 '수서 비리' 사건을 야기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은마아파트는 정 전 회장의 부정한 행보만큼이나 부실하게 지어졌다. 입주를 끝낸 직후부터 옥상 방수가 안 되고 수도계량기가 동파되는 등 문제가 드러나 입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가격은 최고지만 지금도 녹물이 나오거나 급수가 안 되고 난방 문제로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접촉 사고가 잦다보니 '은마에서는 새 차를 사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4수 끝에 2010년에야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재건축이 좌초되지 않는 한 은마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위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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