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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삼성, 진정한 글로벌 1등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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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삼성, 진정한 글로벌 1등이 되려면 김지홍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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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삼성이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병원이라고 자랑하던 서울삼성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한 안일하고도 허술한 초기대응으로 메르스의 진원지가 돼 버리고 말았다.


메르스의 최대 전파자가 된 14번 환자에 대해 적절한 관리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삼성병원을 드나든 수많은 환자와 방문객에게 메르스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삼성 입장에서는 14번 환자가 평택에서 고속터미널에 도착한 이후 근처의 다른 병원에 안가고 서울삼성병원에 왔는지를 억울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삼성병원이 국내 1등에만 안주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응급실과 좁은 병실 안에 환자와 간병인과 문병객으로 득실거리는 6인실의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순탄하게 이뤄질 것만 같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엘리엇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과소평가돼 공정하지 않은 합병비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합병비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의 주장이 왠지 메르스에 대해 '삼성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뚫린 것'이라고 주장하던 삼성병원 측의 국회발언과 유사함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해 더욱 힘차게 뻗어나가려 하는데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게 되니 이것도 역시 삼성의 입장에선 대한민국이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계열사 간의 합병은 시장의 경쟁에 노출돼 있지 않아 얼마든지 대주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대주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소액주주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에 합병비율의 산정은 양측의 주주들이 모두 손해 보지 않도록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최근 1개월 이내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도 문제가 있다. 공정한 합병비율은 적정 기업가치의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돼야 하는데 주가가 적정 가치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기에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주가를 조작할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에 상장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지배구조 관련 프리미엄이 작용해 매우 고평가된 주식이다. 자본은 5조2852억원으로 삼성물산의 40% 정도밖에 안 되고 매출액도 삼성물산의 20%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주가수익비율(PER)이 156배로 삼성물산의 6.8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33배로 삼성물산의 4.9배에 달한다.


기업가치의 주요 결정요소인 수익성이나 미래성장성에 비해 과도하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이라 이런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1대 0.35의 합병비율은 공평하지 못하다. 이는 마치 삼성물산의 주주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삼성동 한전 땅을 적정가격의 2배 이상으로 비싸게 산 것보다도 더 비싼 값으로 제일모직을 사게 되는 셈이다. 제일모직의 주주 입장에서는 헐값으로 삼성물산을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 회사의 적정 기업 가치를 산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 모두에게 공평한 합병비율을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국내 1등이 아니라 세계 1등을 지향하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기업이다. 이에 더더욱 잘못된 관행을 좇아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기업경영에 안주하지 말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세계 일류기업의 길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의 승계는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다수 소액주주들의 희생 가운데 이뤄져서는 안 된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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