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요즘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막론하고, 신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지난해 말 종영한 SBS '사랑만 할래'에서 최유빈 역을 맡은 이현욱도 눈에 띄는 신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가 연극무대나 독립 영화를 통해 오랜 시간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배우란 점이다. 비록 대중에 널리 얼굴을 알릴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숨은 실력자다.
단편 영화들에서 활약하며 지난 2013년에는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특별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상업 영화 데뷔는 창감독의 '표적'을 통해서였다. 극중 유준상과 함께 일하던 막내형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꽤나 있을 것. 짧은 분량이었지만, 강렬한 눈빛과 액션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랑만 할래' 종영 후 기자와 만난 이현욱은 평소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연기에 도움을 얻기 위해 일부러 보는 것은 아니라고.
"연기에 도움이 되려고 뭔가를 하면 오히려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연기를 위해 여행을 가면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그냥 날리게 되죠. 여행 자체의 즐거움과 설레는 기분을 느끼는 게 중요해요. 거기서 쌓인 감성들이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독서도 그렇고요."
중학생 때부터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이현욱은 예고로 진학해 연극영화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대학 역시 한예종을 선택, 차근차근 연기자의 꿈을 키워왔다.
"실기 위주의 교육이다보니 배움에 있어서는 최적화된 환경이었어요. 수능도 안 봤고요. 일반 학교 학생들은 교양 수업들이 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저흰 100% 실기수업이라서 배우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학칙이 세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졸업이 힘들죠. 9년을 다닌 선배도 있다고 들었어요."
'사랑만 할래' 오디션을 통과한 과정도 특별하다. 처음에 제작진이 2천 명의 프로필 중 4백 명을 추렸는데, 이현욱은 너무 신인이어서 뽑히지 못했다. 그러나 작가가 다시 2천 명의 프로필을 검토하면서 패자 부활전으로 올라가게 됐단다.
"오디션을 대여섯 번 정도 봤어요. 작가님이 추천하셔도 감독님이나 다른 분들의 마음에도 들어야 하는 거니까요. 당시 경쟁자 중에 인지도 있는 분도 많아서 기대를 안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하루 걸러서 오디션 미팅이 잡히니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작가님은 제 눈매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기자가 만난 이현욱은 진중하면서도 소탈한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활달한 성격 덕에 주변에 친구도 많은 편이다.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장난기가 많아요. 이상한 개그 코드가 있죠.(웃음) 푼수기도 있고, 진지한 면도 있어요. 사실 전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데 많은 분들이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더라고요. 정말 오해에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이현욱은 하고 싶은 캐릭터 역시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지독하게 고독하고 삶에 찌든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으로는 봉준호를 꼽았다.
"봉준호 감독님은 배우를 믿고, 그 배우가 가지고 있는 게 뭔지를 잘 꺼내주는 거 같아요. (송)새벽이 형도 연극 무대를 보고 데려가신 건데, 믿어주는 게 배우에게는 큰 힘이 되거든요. 불신하면 위축되서 연기를 못하죠. 그런 면에서 무척 신뢰하는 감독님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감독님과 작업해보고 싶네요."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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