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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타는 저분, 77세래…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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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7번 낙방한뒤 山에 입문한 '人生 등산가'

암벽타는 저분, 77세래…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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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등산의 완성은 무사히 집까지 돌아오는 것입니다. 정상은 그저 반환점일 뿐이죠."

한국 '알피니즘(Alpinism)'의 산 증인인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77).그는 국내 몇 안 되는 산악 칼럼니스트로서 최근 '그곳에 산이 있었다'를 출간하는 등 고령의 나이에도 저술활동과 등산교육을 여전히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알피니즘은 일반적인 등산의 의미도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험준한 산악을 대상으로 하는 모험적이고 스포츠적인 등산을 뜻한다. 이 교장에게는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암벽과 빙벽이 주무대다. 그는 "요즘같이 더운 여름엔 역시 빙벽이 최고"라며 당장이라도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에 달려갈 기세였다. '희수(喜壽)'의 나이가 무색하게 정정한 기운을 내뿜은 그는 천생 '산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산에 미쳐있었던 것은 아니다. 1957년 중앙대 법대에 입학한 이 교장은 애초엔 판ㆍ검사를 꿈꾸는 평범한 법학도였다. 고등고시(現사법고시)에 7번 낙방하면서 큰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때 산을 좋아하던 한 친구의 권유로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수유리에 있는 절에서 동문수학하던 친구중 하나가 어느 날 산에 가자고 보채서 북한산 노적봉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처음 한 암벽등반이었는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산 정상에 오르니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한강 끝자락에 걸쳐있는 붉은 노을을 내려다보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면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체신부 공무원으로 취직한 그는 설악산, 대둔산, 북한산 등 국내 암벽등반의 메카로 불리는 곳들을 섭렵해 나갔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로 나갔다. 근대 알피니즘의 효시인 유럽 알프스 몽블랑에서부터 마터호른,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군, 카라코람 히말라야 드리피카, 미국 요세미티 거벽 등에 올랐다. 199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백두산 장백폭포 빙벽을 등반하기도 했다.


이 교장이 단지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 이렇게 꼭짓점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관계'의 대상이다. 산에 오르면서 자신의 한계를 바로 알고 겸손함을 배운다는 그는 산 정상은 그저 무사귀환을 위한 '반환점'일 뿐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내려올 거 왜 힘들게 올라가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죠. 모순적일수도 있지만 저는 무사히 내려오기 위해 힘들게 올라갑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산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산은 지형, 날씨, 바람 등 무수한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는 대자연입니다. 등산의 완성은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무사히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산행만큼 산서(山書)읽기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또 강조하는 사람이다. 산에 오르기 전에 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야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그가 처음 등산을 시작하던 시기에는 우리나라에 등산 관련 서적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사고도 많이 났는데, 그도 동생 둘을 선인봉 암벽과 만경대 암릉에서 떠나 보내야 했다. 그때부터 그는 '등산교실', '등산상식사전',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등 등산 관련 서적을 꾸준히 냈으며 신문과 잡지에 천여 편의 칼럼을 써 왔다.


"산서를 읽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산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먼저 산에 올라보는 거죠. 안전도 중요하지만 산의 유래와 역사 등을 알고 오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책을 미리 잃지 않으면) 산과의 만남에서 사람이 오만한 거죠. 요즘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산서보다는 술을 먼저 챙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습관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장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으로서 1만5000명의 제자들에게 등산의 기초와 역사, 문화 등을 가르쳐왔다. 그는 앞으로도 산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내고 제자들을 양성하는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윤리의식을 잃어버린 산악인들을 위한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산과 산악인에 대한 그의 걱정 어린 눈빛에서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왔다.


"우리나라의 등산인구는 1800만이나 됩니다. 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수준이죠. 국토 대부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국은 등산과 관련해 가장 최적의 시장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양적 팽창만 있을 뿐 질적 팽창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산만 해도 하루에 수만명이 오르는데 산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 많습니다. 후세대에게 아름다운 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는 산에 대해 절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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