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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7-② 어느 의원 보좌관의 20년 '섬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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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신 의원 6명, 정당도 가지가지…남은 건 30만명 명함박스
'국회 밥' 20년만에 시의원 도전 쓴잔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국회 밥'을 먹은 지 20년을 꽉 채운 A씨.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부터 국회의원 보좌관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국회 입성 초기에 '내가 모시는 의원의 말이 곧 법'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했다.

당시 스물 여덟이었던 A씨는 부모님과 친분이 있는 H의원이 "내일부터 여기 나와서 근무하라"는 말 한마디에 보좌관이 됐다. 게다가 H의원은 A씨에게 처음부터 6급 비서관 자리를 내줬다고 한다. 9급에서 6급 비서관으로 올라가는 데 보통 10년이 걸린다고 알고 있던 A씨는 퍼뜩 불안감이 엄습해 "6급은 저한테 과분한 것 같으니 9급부터 주시면 차근차근 배워 올라가겠습니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가 되레 불호령을 들어야 했단다. "내가 6급이라면 6급이야." 그때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관계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베테랑이 된 A씨는 잔뼈가 굵었다. 2008년 초선인 K의원을 보좌할 때는 A부터 Z까지 의정활동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챙겨야 했다는데. 하루는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모 의원이 A씨가 보좌하던 K의원의 부친을 언급하며 폭력의 상징으로 비유했다고. K의원은 언짢았지만 대응방법을 잘 몰랐는데 이때 A씨가 나섰단다. 신상발언을 급히 작성해 K의원에게 부리나케 뛰어가 '신상발언을 하라'고 조언했다.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K의원 뿔났다' 등 신상발언을 대서특필했다고. K의원은 "베테랑 보좌관을 뽑았더니 척척 해결해준다"며 보좌관을 추켜세웠다. A씨에겐 어깨가 으쓱하던 순간이었다.

A씨가 20년 동안 보좌한 의원은 총 6명. 신한국당, 한나라당, 친박연대, 새누리당 등 대부분 보수 진영이긴 하지만 소속도 성향도 가지각색이었다. 모시는 의원의 정치생명에 따라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2005년 보좌하던 P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다. 2008년 3선의 L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낙천했다. 선거에 나갈 수 없게 됐으니 A씨도 할 일이 없었다. P의원의 낙선으로 3개월 동안 백수생활을 했다. '이참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 싶었다는 A씨. 국회에 발을 들인 지 11년 만에 처음으로 길게 누리는 휴식이었다. 아무 말 없던 아내가 두 달이 지나자 슬슬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 달 생활비가 최소 300만원은 드는데 두 달 넘게 돈 구경을 못했으니 아내도 불안했나봐요."


A씨는 보좌관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남은 것은 사람이라고 꼽는다. A씨는 이사할 때마다 방 한 켠에 쌓아둔 라면박스 19개부터 챙긴다고 한다. 이 라면박스 들어 있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명함이라고. 한 박스당 1만5000여개의 명함이 들어간다고 치면 20년 동안 30만명가량의 사람을 만난 셈이다. 의원일정 등을 메모해 둔 수첩도 100여개나 된다.


쉰 살이 다 돼가는 A씨는 아직 전세를 살고 있다. "돈을 못 모았어요."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정 모르는 사람은 '4급 공무원이면 연봉도 두둑하고 공무원연금도 받지 않느냐'며 부러워한단다. 외벌이라 세금 떼고 나면 빠듯하다는 A씨. 아내와 올해 고3인 딸, 그렇게 조촐한 식구여서 그나마 교육비ㆍ생활비 부담이 적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대신 사람들 만나는 데 쓰는 술ㆍ밥ㆍ커피값 지출이 만만찮다고 한다.


A씨는 지난 6ㆍ4 지방선거 광역의회의원에 출마했다. 오랜 보좌관 생활로 잔뼈가 굵은 그가 시의원으로 직접 정치 일선에 첫발을 뗀 것이다. 그러나 46%의 득표율로도 2위에 그쳐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년 경력의 보좌관 '짬밥'도 정치 입문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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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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