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에서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가 잇따라 추락한 채 발견되면서 서울상공 방공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를 수거할 때 만해도 북한이 날린 것인지, 국내 동호회에서 날린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무인항공기 안에 장착된 카메라를 보는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물론 광화문 등 서울 시내를 촬영한 190여장의 사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연 추락한 무인항공기를 처음으로 서울상공에 띄웠을까. 아니다. 군 관계자들도 북한이 그동안 서울상공에 수많은 무인항공기를 띄워왔고 많은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야간에는 육군 1사단, 9사단, 해병대 백령도부대에서도 불빛을 내는 비행물체를 종종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무선조종(RC)비행기 동호회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RC 비행기' 관련 카페는 무려 600여곳이 넘는다. 국제 글라이더대회에 참가하는 수준급 동호인들도 100명 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RC회원들은 주로 눈으로 보고 무선 조종하는 비행(시계비행)을 가장 많이 한다. 최근에는 영상 송수신 장치를 달아 조작자가 지상에서 모니터를 보며 1인칭 시점으로 실제 조종하듯이 하는 비행(FPV)이 동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FPV는 시야를 벗어나도 비행이 가능해 150km 이상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처럼 비행정보를 입력하는 자동항법장치를 단 경우가 아직 RC에는 없다. 하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진 수준급 동호인이라면 파주 무인기 수준의 비행이 가능하다는 게 동호인들의 전언이다. 즉, 종북세력이나 테러집단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무인항공기에 사제용 폭탄이나 생물학무기를 장착해 비행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영상 장비를 달고 청와대 인근과 한강 이북지역에서 무인 비행을 하는 경우 전파법과 항공법에 저촉을 받는다. 청와대 등 주요 시설이 있는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행하려면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전 신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신고를 하지 않고 비행을 하다 소동이 벌어진 일도 많다. 지난해 5월 광화문광장 상공에서 방송용 촬영을 하려던 무인 헬리캠이 격추당할 뻔했다. 앞서 4월에는 서울 용산 효창공원에서 무인 헬기 1대가 시험 비행을 하다가 군 헬기가 격추사격을 위해 출동하고 합동조사팀이 조종자를 검거한 사례도 있다.
정보당국이 북한이 무인항공기와 무인공격기를 운용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2005년 입수한 북한의 전시사업세칙(전시계획)에 무인항공기(UAV) 운용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무인항공기에 대한 대책을 진작 세웠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정 수준 이상의 RC 비행기는 총기처럼 등록하게 해 소유주를 분명하게 하거나 무인비행 자격제도를 둬야 한다. 또 취미 활동은 보장하되 안보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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