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vs "자유민주 기본질서 위배 아니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헌법재판소는 11일 열린 정당해산심판사건에 대한 3차 변론에서 내란음모 사건 관련 수사 및 재판기록을 헌재로 보내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인정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전원일치로 통합진보당이 낸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내란음모 사건 관련 기록을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는 재판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첫번째 준비절차 기일 직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내란음모사건 수사기록의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했다. 내란 음모 관련 기록을 정당해산심판의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진보당은 이에 반발해 '재판 중인 사건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를 들어 이의신청을 냈다.
이날 변론에서는 북한 전문가들이 참고인으로 나와 진보당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법무부 측 유동열 전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진보당은 외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석기 의원이 소지하다 압수된 '진보적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문건을 1심 재판부가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면서 "RO 모임 녹취록에 따르면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진보적 민주주의 어원이 수령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이수 재판관이 "진보당의 주장이 북한 의견과 일부 일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묻자 유 전 연구관은 "진보당이 말하는 민중중심 민주주의와 북한식 사회주의의 DNA가 비슷하다"고 답했다.
진보당 측 참고인으로 나선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겸임교수는 "주한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방안 등은 정부 입장이나 정책과 일부 다른 주장일 뿐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 교수는 "정부는 진보당이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면서 그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보당 강령에는 통일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에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화 운동 세력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국가보안법 철폐를 마치 진보당만의 주장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적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서는 1945년 10월 광복 직후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를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광복 이후 남측에서도 많이 사용됐던 표현으로 이것 자체가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헌재는 내달 1일 오후 2시에 4차 변론기일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자료들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료 중에는 왕재산·일심회 간첩단 사건 판결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음모 사건 기록에 대한 증거채택 여부는 이르면 5차 변론 기일쯤 결정될 전망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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