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국이 탐내는 이어도 상공 비행해보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8초

중국이 탐내는 이어도 상공 비행해보니
AD



[이어도=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현재 이 비행기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양낙규 기자의 Defense Club 바로가기

 

2일 오전 9시9분.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P3-C)에 탑승한 기자들은 일순 긴장했다. 이제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 상공은 일본의 방공구역이기도 하다. 오전 8시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에 P3-C는 해당 상공에 진입했다.

 

중·일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지만 해군 해상초계기는 거침없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어도를 향해 계속 전진했다. 이미 계획된 비행이라 일본에 미리 통보했기 때문에 일본 측과 교신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은 우리 정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측에 미리 통보하지는 않았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 5분쯤 지나자 해상초계기는 속도와 고도를 모두 낮췄다. 비행기가 마치 바다 위의 배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해상초계 임무를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이제 바다와 비행기 사이의 거리는 겨우 150여m에 불과하다. 바다가 손에 잡힐 듯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이어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주황색 철골구조물 위에 있는 건물과 헬기착륙시설이 바다 위 암초이긴 하지만 '주인'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해상초계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태극기를 게양한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도 이어도 인근에 나타났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합동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전날인 1일 오후 2시30분 진해에서 출발했다. 초계기는 500피트 고도를 유지하며 이어도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주변의 물건을 붙잡지 않고서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기체 안은 심하게 흔들렸다.


초계기의 구체적인 작전 반경은 비밀이지만 초계비행을 할 때는 이어도 남방으로 충분한 지역에 걸쳐 작전을 한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해군은 지난달 23일 중국이 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뒤에도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어도 해역 주변에서 중국군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잠수함 헬기인 '링스'를 탑재한 율곡이이함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옆으로 위풍당당하게 지났다. 해경의 순시선도 이어도 인근 해역에서 초계활동을 펼쳤다. 율곡이이함과 같은 해군 함정은 정기적으로 초계활동을 벌이는 해상초계기와 달리 정기·부정기적으로 인근 해역에서 초계활동을 펼친다.

 

잠수함 탐지와 해상경계 활동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 P3-C는 주 2회 이어도에서 초계 비행을 한다.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승무원 12명이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이어도 상공과 그 주변해역을 감시한다. 해상초계기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 영해로 접근하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일이다.


이날은 탐지용 부표를 투하하지 않았지만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되면 바로 음탐부표를 바다로 내려 보낸다. 해상초계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의심선박 등을 구별해 해경에 통보하고 적 함정임이 확인되면 경계의 고삐를 바짝 조인다.

 

이런 임무수행을 한시라도 잊지 말라는 뜻으로 해상초계기 내부에는 '수중 적은 일발필중, 수상 적은 초전격침'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이곳 이어도 인근 지역은 중·일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고 동시에 한·중·일의 작전구역(AO)도 일부 중첩되는 곳이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일본의 초계기가 거의 24시간 초계비행을 하는 곳"이라면서도 "우리 또한 정상적으로 관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어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 해경 함정은 이어도 서남방 지역 120㎞까지 접근한다고 한다. 한국 해군의 해상초계기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 이어도 상공에서 정상적으로 초계활동하고 있지만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한·중·일의 갈등이 격화하면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군은 임무가 하달되면 이를 수행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