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건욱 기자]가수 이적의 신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롱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20일 오후 현재 싸이월드 뮤직, 다음뮤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멜론, 엠넷, 네이버 뮤직, 올레 뮤직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정규 5집 타이틀곡인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발표 직후, 음원차트 10위권 밖에서 맴돌다가 조금씩 상승세를 타더니 결국 3일 만인 18일 국내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이후 줄곧 1-2위를 차지하며 하반기 국내 가요계 최고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적의 이같은 성적은 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소위 '단명 시스템'을 완전히 반하고 있는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발표하자마자 1위'를 하는 아이돌은 많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 대중들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다가 그 관심이 사그라드는 순간, 그 노래는 '1위 가수 등극'이라는 소속사의 홍보마케팅에 이용된 후 빠르게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처럼 1위를 차지했다가 단 하루 만에 차트에서 사라지는 가수들과 음악이 일반적인 현상처럼 돼버린 국내 가요계에서 이적의 행보는 반갑기만 하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앨범의 높은 작품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그가 '방송의 적'이나 '무한도전'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득이 됐을 수도 있지만, 이적이라는 뮤지션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결국 음악만한 것이 없었다.
결국 이적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곡의 첫 부분에서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라고 읊조리는 이적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폐부를 찌른다. 고독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담담함은 이적이 가지고 있던 고독의 색깔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적은 이처럼 노래가 가진 힘을 120% 끌어내며 음악 팬들에게 기분 좋은 감정이입을 시도, 공감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역량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사의 중의적 표현을 통해 청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적은 "이 곡은 기본적으로 사랑 노래라고 하는데, 제가 처음 이 곡을 만들 당시 가난 때문에 버려진 아이가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각났다"며 "저 어렸을 때는 그런 일이 많았다. 그 날만 어머니가 어린이대공원에 데려가주고 제일 좋은 옷을 입히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결국 아이를 버리고 가는…. 곡을 만들 때 그런 이미지가 컸다"고 곡 작업에 얽힌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처럼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에는 남녀 간의 사랑 느낌과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의 절망이 동시에 담겨져 있다. 그의 천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완성된 그의 노력의 결과물은 곧바로 음원차트 성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적은 최근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대단한 성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아이돌그룹 곡들 중에 제 노래가 있다는 것이 어색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이번 앨범 곡들이)계속 듣게 되고 부르는 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이적의 바람이 고스란히 대중들의 마음에 전달된걸까. '어색하게도' 그의 음악이 아이돌 음악 사이에 끼워져 있다. 마치 그 자리가 원래 자신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박건욱 기자 kun11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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