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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철이의 엄마' 김해숙 "이제서야 내가 배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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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년차 된 여배우...안권택 감독과는 '우리 형' 이후로 두번째로 호흡 맞춰

'깡철이의 엄마' 김해숙 "이제서야 내가 배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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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이제서야 내가 배우가 된 것 같다."

올해로 데뷔 40년차가 된 여배우의 고백이다. 방송 70여편, 영화 30편 등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만 100편이 넘는데, 이제서야 자신을 배우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겸손함의 표현은 아니고, 사람이 일단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인정을 받고, 칭찬을 해줘도 내 마음 속에서는 항상 '나를 배우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있었다"고 털어놓는 이는 바로 배우 김해숙이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배우 김해숙이 먼저 보이는 게 싫다. 작중 인물로 완벽하게 된 다음에, 그 사람을 연기한 인물이 김해숙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지난해 영화 '도둑들'에서도 '씹던껌'을 맡았던 사람이 김해숙이었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그 인물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한다. 살을 빼야할지 쪄야할지, 의상과 머리는 어떤 게 어울릴지...이런 준비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첫 촬영은 아직도 떨린다. 후배들이 내가 현장에서 떠는 거 보면 놀라면서도 안심한다.(웃음)"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에 비해 지금까지 TV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은 한 단어로 요약된다. '엄마'. 하지만 세상에 수많은 엄마가 존재하듯이, 엄마의 모습에도 얼마나 많은 표정이 있는지에 김해숙은 주목했다. 비록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누구누구의 엄마'로 기억할지라도 김해숙은 한 엄마의 인생을 온전히 표현하려 애썼다. "엄마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변신을 한다는 건 쉽지가 않다. 이제는 고통스럽다. 하다하다 어디까지 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중견 배우로서 맡을 수 있는 역이 엄마 역밖에 없었다. 그래도 각 역할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습관화된 연기가 나오지 않게 진짜 노력을 많이 했다. 가끔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도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늘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그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게다가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모습은 '국민엄마'가 아닌 '여배우'로서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영화 '무방비 도시'에서는 면도칼 씹는 소매치기 대모로, '박쥐'에서는 히스테리컬한 '라여사'로, '도둑들'에서는 한 때 잘나갔던 도둑 '씹던껌'으로 등장했는데, 셋 다 캐릭터의 잔상이 진하게 남았다.


'깡철이의 엄마' 김해숙 "이제서야 내가 배우가 된 것 같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깡철이'에서는 치매에 걸린 엄마 '순이'로 출연했다. '깡철이'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한 평론가가 그의 연기를 칭찬하자 김해숙은 이내 눈물을 흘렸다. "가장 어려운 연기가 '엄마' 역할이다. 결국 이거를 잘해낼 수 있어야 배우로서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사회에서 눈물이 났던 것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맞았던 거다. 주변에서는 칸영화제가서 상 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울었냐고 하더라.(웃음)"


영화 '깡철이'는 안권택 감독과 '우리 형' 이후 두번째로 만난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책임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강철이가 모진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치매에 걸려 아들을 "여보"라고 부르고, 동네 사람들에게 "나는 김태희"라고 외치고 다니는 엄마 '순이'를 표현하기 위해 김해숙은 직접 의상팀과 상의해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푸른 망토를 걸쳤다.


"'순이'는 앞으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일 수도 있고,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의상과 말투는 굉장히 소녀적이지만 또 자칫 관객들에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는 않아야 했다. 이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다가가게 하는 게 어려웠다. '깡철이'는 강철이라는 한 청춘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너무나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울고, 웃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신기한 것은 주연을 맡은 배우 유아인은 물론이고, 안권택 감독마저 김해숙을 자연스럽게 '엄마'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이렇게 생겨난 아들 딸들이 수두룩하다. "배우들이나 감독들 볼 때마다 내 자식들을 생각한다. 어딘 가에서 내 자식들도 살아보겠다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또 후배들이 배우의 꿈을 안고 나아가고 있는데, 거기에 어른으로서, 선배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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