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천관사에서 남북국시대 '유리 도가니' 출토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전남지역 최초, 유리 도가니 출토 8세기 이후 제작된 것 추정”
“소조 나한상 출토, 불교 조각사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

장흥 천관사에서 출토된 '유리도가니'

장흥군 천관사에서 전남지역 최초로 남북국시대 ‘유리 도가니’가 출토돼 학계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는 2011년 이어 두 번째 실시하는 조사로 천관사의 규모와 가람배치 등의 성격을 밝히고 향후 체계적인 정비 복원을 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함과 동시에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고자 장흥군의 의뢰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민족문화유산연구원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유구는 승방지를 비롯해 건물지 5동과, 석열 2기, 추정 탑지 등이 확인됐다.

건물지 4동과 석열 2기, 추정 탑지는 조선시대에 해당하며, 건물지 1동은 고려시대~조선시대에 사용된 유구로 서로 중첩되어 확인됐다.

출토유물은 기와를 비롯해 청자와 분청자, 백자 등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유리 도가니가 출토되어 그 의미가 크다.

천관사 출토 유리 도가니는 원통형의 몸체에 둥근 바닥을 갖춘 형태로 8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창건 당시 왕실을 비롯한 청해진 등과 연계되었던 천관사의 왕성했던 사세를 반영한 결과로 판단된다.

또한 전남지역에서는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동(銅) 도가니가 출토된 바가 있으나 유리 도가니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장흥 천관사에서 출토된 나한상

그리고 고려~조선의 건물지에서 소조 나한상이 출토, 상호가 뚜렷하고 조각 수법이 뛰어나 자료가 부족한 천관산 지역의 불교 조각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경내에서 수습한 청자퇴화문말(馬)은 천관사가 천관산에서 거행했던 국가 제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이전의 시·발굴 조사에서 확인된 청자향로와 청자음각당초문기와 등과 함께 고려시대 천관사의 위상이 매우 높았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조사 결과 다양한 유구와 유물이 확인되었으나 조사 면적의 한계로 전체적인 성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장흥군에서는 연차적인 발굴조사를 실시 그 위상이 매우 높았던 천관사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명할 계획이다.

장흥 천관사에서 출토된 토화문말

장흥군 관산읍 농안리 천관산의 북쪽 자락에 위치한 천관사는 정확한 창건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남북국시대(신라) 애장왕(800~808년) 때에 靈通和尙(通靈和尙)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경내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795호)과 석등(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34호)이 시기의 양식을 갖추고 있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천관사는 신라 하대 신무왕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신무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 청해진의 장보고에게 몸을 의탁한 일이 있었으며 이때 천관사의 홍진대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기록이 있어 당시 신라 왕실과 청해진, 천관사가 서로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노해섭 기자 nog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