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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1등의 위기'와 싸우는 이건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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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지난 7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신경영 정신을 되살리자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삼성이 '혁신'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갤럭시S4의 판매량이 신통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사상 최대 이익 실현의 일등공신이지만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이 회장이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라고 표현했듯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만으로 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이 회장은 20년전 신경영 당시 0.01초의 승부를 소개한 바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경기. 자메이카 출신의 영국 린포드 크리스티 선수와 나미비아의 프랭키 프레더릭스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결승전을 통과했다.


승리는 린포드 크리스티가 차지했다. 그의 기록은 9.96초. 2위를 차지한 프랭키 프레더릭스 선수의 기록은 9.97초였다. 불과 0.01초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었다. 이 회장은 이를 두고 "0.01초 차이라도 진 것은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 회장이 이 일화를 소개한 까닭은 같은 2등이라도 삼성은 몇 초 차이가 나는 2등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20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반도체, TV,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전자 회사로 만들어준 스마트폰은 1등부터 5등까지 0.01초 차이 밖에 안난다.


기술력으로 크게 앞선 회사도 크게 뒤진 회사도 없다. 언제라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갤럭시S4의 판매량 전망으로 인해 주가가 휘청거린 것도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 회장 말처럼 0.01초라 해도 이긴 것은 이긴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해 정지한다면 0.01초 차이는 금방 따라잡히는 거리다. 1등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질에서 품격으로, 변화를 창조로, 경쟁은 상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등과의 0.01초 차이를 더 벌리기 위해 새로운 신경영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등이라는 위치는 끝없는 자만심에 빠질 수 있다. 연일 삼성전자를 한껏 추켜세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삼성전자의 뒤에 줄 서 있는 0.01초 차이의 경쟁업체들이다.


더 나아가면 아예 경쟁업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회사가 이미 삼성전자를 앞서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이 회장이 불량품을 놓고 '암'이라고 얘기했듯 방심과 자만도 암이다. 한시바삐 도려내지 않는다면 손쓸 도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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