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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필요해? 그럼 제주-서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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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필요해? 그럼 제주-서울전! 서동현-박경훈 제주 감독(왼쪽) 최용수 서울 감독-데얀(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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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흔히들 K리그 클래식엔 '스토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단순한 경기 이상의 흥미 요소가 필요하다는 지적. 여기에 K리그 클래식이 자신 있게 내미는 경기가 있다.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3라운드다. '슈퍼매치'(서울-수원)나 '마계대전'(수원-성남)같은 라이벌전도, '7번국도 더비'(울산-포항)이나 '호남더비'(전북-전남)같은 더비전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거리는 한 가득이다. 특히 경기장을 찾을 팬들에겐 오감을 만족시킬 이벤트까지 준비됐다. 제주행 비행기 티켓이 없더라도 중계는 꼭 챙겨볼만하다.


▲ 집요한 천적관계
서울은 제주만 만나면 힘이 났다. 2008년 8월 27일 이후 무려 15경기(10승5무)동안 진적이 없다. 제주 원정으로 범위를 넓히면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2006년 3월25일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5승5무)다. 제주의 섬팀 특유 '안방 본능'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천적관계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대목. 그만큼 제주는 이를 갈고, 서울은 자신감이 넘친다.

두 팀 사령탑 사이 묘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박경훈 감독은 2009년 10월 제주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유일하게 넘지 못한 팀이 바로 서울. 여기엔 2010년 챔피언결정전(1무1패)도 포함된다. 반면 최용수 서울 감독에겐 제주가 곧 보약이다. 2011년 4월 감독대행에 오른 뒤 제주를 상대로 데뷔전-데뷔승을 거뒀다. 최 감독의 제주전 상대전적은 4승2무 12득점 6실점. 지난해 우승을 확정지었던 경기도 다름 아닌 11월 제주와의 홈경기(1-0승)였다.


공격축구-패싱게임을 선호하는 두 팀이기에 화끈한 경기를 예고한다. 올 시즌 제주는 12경기 17골, 서울은 11경기 19골을 터뜨렸다. 최근 3년간 10차례 맞대결에선 무려 29골이 터졌다. 경기당 2.9골의 골잔치. 0-0 경기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관중들은 환호할 준비만 남았다.


스토리가 필요해? 그럼 제주-서울전! 송진형 [사진=정재훈 기자]


▲ 드디어 친정팀과 맞붙는 송진형
송진형(제주)에게 서울-제주는 모두 특별하다. 서울은 고향이나 다름없다. 2004년 중학교 중퇴 후 프로 경력을 시작한 곳. 2군에서 이청용(볼튼) 기성용(스완지 시티) 고명진 고요한(서울) 등과 함께 10대 시절을 보냈다. 스스로도 "친구들과 함께 뛰었던 그때가 축구한 이래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얘기할 정도. 하지만 당시 세뇰 귀네슈 감독은 송진형의 플레이 스타일을 탐탁지 않아 했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 1군에서 승승장구할 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07년 뉴캐슬 제츠(호주)로 이적하며 서울과도 이별을 고했다.


이후 호주와 프랑스(2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늘 한국이 그리웠다. 그러던 지난해 1월, 제주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공격적인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스타일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돌아온 송진형은 지난해 10골 5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다만 서울전은 예외였다. 계약상 복귀 첫해 원소속팀과의 경기엔 출전이 금지됐던 것. 이번이 제주 유니폼을 입고 서울과 맞서는 첫 경기인 셈이다. 시즌 전부터 "올해는 꼭 서울전에 나가 승리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고요한-고명진과 펼칠 우정 대결은 또 다른 볼거리다.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 오렌지색 머리 감독?
박경훈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멋들어진 백발이다. '패셔니스타'의 면모에 방점을 찍는 요소. 여기엔 숨은 사연이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 코치 시절, 젊어 보이고픈 욕심에 검은 머리 염색을 자주했다. 후유증이 찾아왔다. 두피가 크게 상해 더 이상 염색을 할 수 없게 된 것. 비오는 날 경기에 꼭 우비를 챙겨 입는 이유다.


그런 그가 지난해 5월 파격적 공약을 내걸었다. 홈경기에 2만 관중이 들어찰 경우 머리카락을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것. 자신을 상징하는 색을 팀을 상징하는 색으로 바꾸겠다는 뜻이었다. "머리카락이 다 빠질까봐 걱정"이라면서 남몰래 두피 관리도 받았다. 그만큼 간절한 바람이었건만, 1년 넘게 제주월드컵경기장엔 2만 관중이 찾아오지 않았다.


서울전은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7월 서울과의 홈경기에 1만6910명이 운집했다. 그의 공약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이었다. 최근 분위기도 좋다. 지난 5월5일 울산과의 홈경기엔 1만6794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역대 제주 어린이날 최다 관중 기록에 3-1 화끈한 승리로 화답했다. 19일 수원 원정에서 2-1로 이겨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서울전에 거는 팬들의 기대도 커졌다.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오렌지색 머리 감독'도 꿈이 아니다.


스토리가 필요해? 그럼 제주-서울전! 서울전에 군복을 입고 등장할 박경훈 제주 감독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서귀포로 해군-해병대가 진격한다
제주 구단도 이번엔 제대로 작정했다. 2만 관중+서울전 징크스까지 모조리 깨버릴 심산이다. 스스로 이번 경기를 '탐라대첩'이라 명명했다. 이름에 걸맞은 이벤트는 필수. 제주방어사령부를 찾아 지원을 요청했다. 때마침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서로의 필요가 통했다. 상륙장갑차·위성통신차량·박격포 등 평소 접하기 힘든 군장비를 제주 도민들에게 전시할 계획이다. K리그 30년 사상 최초의 일이다.


경기장 입구마다 해병대원들이 배치돼 거수 경계로 팬들을 맞이하고, 해군·해병대 정복을 입은 군장병과의 사진촬영 기회를 제공한다. 모형총 사격대회, 군대음식 판매대에 각종 군 홍보 사진전 및 영상회도 준비됐다. 군복을 입은 관중에겐 무료입장 혜택까지 주어진다. 박경훈 감독도 한 몫 거든다. 선착순 2만 명에겐 전투 식량을 쏘기로 했다. 심지어 경기 시작 전 군복을 입고 등장하는 퍼포먼스까지 준비했다. 이만하면 주말 가족 나들이에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손색없는 코스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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