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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을 남기고 떠난 남덕우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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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성장경제 5共 무역정책 고비마다 그가 있었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1970년대 압축적 경제성장을 주도한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8일 밤 9시5분 타계했다. 향년 89세.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재무부장관에 이어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활동하며 ▲저축 1조원 달성 ▲사채동결 ▲중화학공업 육성 ▲부가가치세 도입 ▲수출 100억달러 달성 등 경제발전을 주도했다.


특히 1972년 8월3일 사채동결과 1973년 1월 발표된 중화학공업 육성 방안은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가 체력을 추스리고 체질을 바꿔 도약할 계기가 됐다고 평가된다. 사채동결은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지만, 고인은 이를 사금융을 제도금융으로 흡수하고 기업에 장기투자금융을 제공하는 계기로 삼았다. 단자회사,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설립이 후속 조치로 이루어졌다.

고인은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자금을 뒷받침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중화학공업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전격 발표했다. 재원 마련은 남덕우 재무부 장관의 몫이었다. 그는 금융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정책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한 끝에 국민투자기금을 만든다. 국민투자기금을 통해 23조원의 자금이 중화학공업에 투입됐다. 부총리로서는 해외 순방하면서 112억원의 외자를 조달해 경제개발을 뒷받침했다.


그가 경제정책을 주도하던 1970년대 한국 경제는 연간 10% 가까이 성장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한강의 기적은 경제개발 계획을 통해 산업성장을 이뤄낸 것을 일컫는 표현으로 독일의 전후 경제발전을 표현한 '라인강의 기적'에 빗댄 말이다.


남 전 총리는 최장수 재무장관(4년11개월), 최장수 경제부총리(4년3개월)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1969년 10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발탁돼 재무장관을 맡은 이후 1978년 12월까지 줄곧 한국 경제의 수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1979년 12월까지 대통령 경제특보로 활동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0년 9월부터 1982년 1월까지 국무총리로 일했다.


그가 최장수 경제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서강학파의 대부로 칭송받을 만큼 분명한 소신과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청렴하고 사심 없는 성품과 주말에도 현장을 마다하지 않는 열성 또한 한몫을 단단히 했다.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장관들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면서 "경제 현안에 얼마나 몰두했는지 퇴근할 때 종종 슬리퍼를 신고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남 전 총리가 부총리로 근무할 당시 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고인의 회고록 '경제개발의 길목에서'에서 "경제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력도 갖췄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전문성은 '서강학파의 대부'라는 말로 증명된다.


고인과 함께 이승윤 전 부총리, 김만제 전 부총리 등은 성장 중심주의, 수출중심, 선성장 후분배 등 1970년대 우리 경제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서강학파는 경제성장의 이론과 정책을 제공했지만, 압축성장을 주도하면서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부분을 낳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고인은 공직을 떠난 뒤에는 8년4개월 동안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일했다. 또 2005년 구평회 E1 명예회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한국선진화포럼을 설립해 경제 원로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덕분에 '영원한 현역'이라는 별칭도 생전의 그를 따라다녔다.


이 같은 능력과 리더십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자문단 좌장을 맡아 일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이며, 22일 사회장으로 장례가 치러진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영결식 이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유적으로 부인 최혜숙씨와 아들 남기선 뮤직소프트 사장, 남기명 동양증권 상무 등이 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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