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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라소다와 한국 야구의 두 가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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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라소다와 한국 야구의 두 가지 인연 토미 라소다 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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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기자라면 자주 쓰는 기사가 있다. 은퇴 소식이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밟는 수순. 글쓴이도 꽤 많은 선수의 은퇴 기사를 작성했다. 그런데 외국인선수 혹은 지도자의 소식을 기사화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국내 매체들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단 소식을 꽤 비중 있게 다뤘다. 축구 팬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사령탑이 데이비드 모예스로 결정됐단 속보가 영국과 거의 같은 시간에 전해졌다. 스포츠팬들의 시야가 그만큼 넓어졌다 할 수 있다. 물론 박지성과 퍼거슨의 특별한 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퍼거슨은 맨유에서만 27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 은퇴를 접하며 글쓴이는 토미 라소다 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이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해진 지도자. 사실 그가 한국 야구와 인연을 맺은 건 이보다 훨씬 전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시즌을 막 마감하고 미국과 일본의 유명 야구 관계자들을 초청,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자리에는 1981년 월드시리즈 우승 구단인 다저스의 피터 오말리 구단주와 라소다 감독을 비롯해 서종철 KBO 총재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던 재일동포 장훈 등이 참석했다.


라소다 감독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탈리아계 미국인다운 열정으로 이제 막 프로선수로 첫 발을 뗀 낯선 야구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야구공을 쥐는 법이었다. 야구인들이 영어를 그대로 쓰는 그립(Grip)이다. 사실 그립은 기초 가운데 기초다.


그립의 기본은 엄지로 공의 밑 부분을 받치고 검지와 중지로 공의 윗부분을 가볍게 눌러 잡는 것이다. 투구 때나 송구 때나 모두 이 방법이 기본이다. 여기서 다섯 손가락을 공의 어디에 닿게 하고 108개의 실밥을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투수가 던지는 공은 홈플레이트 위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고 갑자기 가라앉기도 하고 크게 포물선을 그리는가 하면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기도 한다. 패스트볼,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의 궤적이다.


기본 그립에선 유의할 점이 있다. 세 손가락으로 공을 꽉 쥐어선 안 된다. 공과 손가락 사이, 즉 손바닥 면을 향하는 곳에 일정한 공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투구나 송구가 빠르게 날아간다.


라소다 감독은 야구를 하루라도 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내용을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며 설명했다. 야구공이 숨 쉴 공간 없이 엄지, 검지, 중지로 꽉 쥐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고, 살아 움직이게 하려면 숨 쉴 공간을 줘야 한다고 스스로 답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설명이었다.


라소다 감독은 오후 비행 편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오전 동안 그는 KBO 차량에 올라 남산을 구경했다. 서울 시내 이곳저곳도 돌아다녔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서울은 강남, 강북 가릴 것 없이 교통 체증이 거의 없었다. 짧은 시간 내 이 모든 것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


출국시간이 가까워질 즈음 글쓴이는 엉터리 영어로 말했다. “We don't have many time.” 말하는 순간 ‘아차’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영어 회화 점수가 꽤 괜찮았는데’란 생각은 라소다 감독이 “We don't have much time”이라고 정정한 뒤에나 할 수 있었다. 시대적으로 외국에 나가기 힘든 때이기도 했지만 학창 시절 배운 영어를 써 볼 기회가 거의 없어 일어난 실수였다.


동양 청년의 엉터리 영어를 라소다 감독은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만큼 정열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스페인어에 능숙한 라소다 감독이 중남미계 선수들을 잘 이끌었단 얘기는 그 뒤에 들을 수 있었다. 라소다 감독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기에 글쓴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외국 취재 현장에서 적어도 ‘time’과 관련한 ‘콩글리시’는 구사하지 않았다.


라소다 감독은 1988년 한 차례 더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건 69세였던 1996년이다. 1954년 부르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전신) 투수로 시작해 스카우트, 마이너리그 코치 등을 거쳐 1976년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지 20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저스와 인연을 40년 넘게 이어 간 셈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쿠바를 4-0으로 꺾고 미국에 첫 야구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건 지도자 인생에 마지막 훈장이 됐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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