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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걷고 쓰는 '과태료'… 공무원 쌈짓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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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부족한 세수확보 위해 과태료 부과 열중
서울시 경우 연간 200만건·1000억원 안팎 징수
현행법 용처규정 없어 '엉뚱한 곳' 집행 多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한다며 과태료 징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둬들인 돈은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걸까.

7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올해 과태료 징수 목표액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구청들은 세수확보를 위해 향후 몇 년간 목표액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연간 23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시가 올해 '세외수입'을 통해 확보하려는 목표액은 총 1조2100억원. 여기에는 부동산임대료, 시설이용료 등과 함께 과태료도 '목표 수입' 항목으로 잡혀 있다.

실제 과태료 징수액은 지난 2011년 기준 986억9000만원으로, 2007년(1050억7000만원) 이후 5년간 꾸준히 1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징수건수도 2007년과 2008년 각각 210만건과 233만건을 기록한 데 이어 2011년 216만건으로 연간 200만건 이상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로부터 걷은 과태료가 징수 취지에 맞게 지출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과태료 용처에 대한 현행법 상의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부터가 문제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해당 지자체나 관할구역 지자체 장이 조례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조례로써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정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징수 후 용처에 대해선 세부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징수액이 쓰일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과태료 수입을 각 기관의 예산보유 및 집행 상황에 따라 본청, 교육청, 자치구 등에 배분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곳이 많고 용처 규정이 명확치 않아 충당한 세수가 그때 그때 부서의견에 따라 집행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연간 40억원의 과태료를 징수하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서 버스전용차로 이용 위반 과태료를 주차장 건립이나 주차단속 분야에 몇 억원씩 집행하고 있다. 교통분야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과태료 징수 분야와는 다른 곳에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과태료 징수금의 지출 실태에 대한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진 못하고 있다. 김선갑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세외수입의 경우 법률과 조례에 따라 징수하는 것이어서 징수 자체를 감시할 근거는 없다"며 "전년도 세입과 세출을 이듬해 5월 중 짧은 시간에 결산해야 하다 보니 세세하게 들여다 볼 여유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징수된 과태료가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구체적인 용도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은 "징수액이 개별분야 내에서도 징수 취지에 맞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세부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가 지나칠 경우 예산과 재정운용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만큼 포괄적 범위에서부터 단계적 구축이 이뤄져야 할 필요는 있다. 정 소장은 "법안을 중심으로 한 규제강화가 자칫 예산집행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순차적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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