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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이란자금 불법유출, 업체대표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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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란 원화결제시스템 잠탈...5개월만에 1조 900억 빼돌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성희)는 24일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관세법위반 혐의로 A사 대표 정모(73)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1년 2~7월 수출대금 명목으로 1조 948억원 상당의 원화를 부정 수령해 달러로 환전한 뒤 이를 제3국에 송금하고 170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정씨는 A사를 통해 두바이-이란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꾸며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 석유수출입 대금결제 계좌에서 원화를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가 한국에 묶인 자금을 빼돌리려 한 이란 측 관계자의 요청으로 이 같은 범행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부정 수령한 돈 가운데 1조 700억여원은 당국에 신고없이 제3국에 개설된 9곳의 계좌로 송금됐고, 정씨가 커미션으로 받아 챙긴 170억원 중 107억원 상당은 정씨 아들 이름으로 세워진 미국 소재 회사 등으로 빼돌려져 가족 생활비에 쓰였다.

정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지난 2001년 국내로 들어와 재외동포 거소신고 후 활동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세운 A사는 겉으론 5개월 동안 1조원대 매출을 올린 회사로 꾸며졌지만 실상 문서 심부름을 하는 여직원 한 명 외엔 실체가 없는 회사로 조사됐다.


검찰은 A사가 사건을 전후해 매출이 전혀 없는데다, 거래를 뒷받침할만한 이란 관세청 자료가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위장거래로 판단했다.


검찰은 정씨가 위장거래를 숨기기 위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려받은 건축자재 사진을 출력·편집해 전략물자관리원에 제출하거나, 이란과 두바이측의 가짜 송장과 계약서를 꾸며내 한국은행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당초 석유화학제품으로 거래를 위장하려 했으나 무역 금지 품목임을 확인한 지 수시간만에 대리석 등 건축자재로 변경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5조원 규모 이란중앙은행 예치금 가운데 5분의 1 가량이 빠져나가도록 별다른 확인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기업은행 측의 공모 여부도 의심했다. 검찰은 그러나 기업은행이 정씨가 제출한 전략물자관리원의 비금지 품목확인서, 한국은행의 원화수령 허가서 등에 속은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은 정씨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모 회사로부터 100만원짜리 투어멀린을 2500만 달러(한화 298억원) 상당의 루비원석으로 허위 수입신고(관세법 위반)한 혐의도 적용했다. 정씨는 2011년 7월 이후 은행들이 위장거래를 의심해 거래를 거절하자 수출 명목으로 이란 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시도했으나 세관 감정결과 가짜로 드러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에 우리 정부가 동참하면서도 원유수입 및 수출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마련된 한·이란 원화결제시스템과 한국은행 허가 등 감시시스템을 사익을 노리고 잠탈했다”며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시스템 도입 초기 불법유출 범행을 엄벌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 재발을 막고 시스템이 보다 완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수사 의의를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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