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유럽은행들의 직원 급여 관리가 더욱 깐깐해지고 있다. 리보(Libor) 금리 조작 등 대형 스캔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은행 손실분을 직원들이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조치가 늘고 있는 것.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치은행이 직원들의 옛 직장 보너스까지 환급하는 규칙을 제정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초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진의 보너스를 삭감하는 등 유럽계 은행들이 직원들의 급여 규제를 강화했지만 예전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를 환수하는 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이치은행은 올해부터 강화된 보너스 규정에 신규 고용된 간부급 직원들이 다른 은행에서 받은 주식에 대한 환수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을 담았다.
연봉 상담사들은 이런 이례적인 규정이 금융계에 보편화되면 다른 은행들에게도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나 정치권, 규제 당국으로부터 방만한 직원 급여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직원들을 더욱 단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불법 행위에 따른 은행 손실분을 직접 직원들에게 책임을 지우도록 할 수도 있다.
앞서 HSBC와 RBS(스코틀랜드왕립은행), 로이드 뱅크 등 영국계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직원 보너스 환수 규정을 도입했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지분이 82%에 달하는 RBS의 경우 그동안 35명으로부터 보너스를 환수했고, HSBC는 10건에 대해 보너스 환수 조치를 실시했다. 세계에서 첫 번째로 환수규정을 도입한 스위스 금융그룹(UBS)은 지난해부터 보너스 지급을 연기했다. 연봉 전문가들은 올해 리보 금리 조작 사건 등으로 보너스 환수건수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 시행된 보너스 환수 규정은 아직 지급되지 않은 보너스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익이 기대 보다 적을 경우 환수 규정을 적용할 수 있었다. 최근 사례는 미국의 은행 JP모건 체이스가 58억 달러의 직원 보너스를 환수했고, 로이드도 지급보장보험을 잘 못 판매한 경영진의 보너스를 삭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도이치은행의 보너스 환수가 유능한 간부 채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부 후보자들이 전 직장에서 받은 막대한 보너스까지 걸고 재취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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