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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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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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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의 좋은 연기를 보면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 배우는 왜 이 역할을 맡게 됐을까, 이 장면에서는 어떻게 이런 연기를 했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의례 들듯, 대부분 배우들도 당연하다는 듯 구체적인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윤제문은 다르다. 그에게 왜 그 작품을 선택하고, 캐릭터의 어떤 점이 좋은지 물어보면 짧은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시나리오나 캐릭터가 재밌으면 그냥 해요. 딱히 좋아하는 게 정해져 있지도 않고 그냥 그 때 그 때 재밌으면 하는 거지, 뭐.” SBS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 MBC <더킹 투하츠>의 김봉구에 이어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7급 공무원 한대희를 맡게 된 것 또한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만족스러워하는 게 재밌어서”다. “전 변화무쌍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하는데 한대희는 반대잖아요. 현실에 그렇게 만족한다는 게 참 신기한 거 같았어요. 다른 이유는 딱히 없어요.”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도 마찬가지다. 실제 성격과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방법은 “그냥”이다. 그에겐 세세한 연기 테크닉보다 현장에서의 느낌에 몰입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내일 어떤 장면을 찍는다’ 하면 그 장면에 대해 생각을 하고 대사도 외우고 이렇게, 저렇게 연습을 해보긴 해요. 근데 현장에서는 그런 걸 다 지워버리려고 하죠. 막상 갔을 때 소품이나, 상대 배우와의 호흡 이런 거에 따라 완전 달라지거든요. 피부로 와 닿는 게 확 달라요. 그 느낌에 집중하는 거예요.” 오랜 시간 연극을 하면서 “어떤 상황만 주고 감정이 가는대로 하는 연습을 많이 한” 윤제문이기에 지금 느끼는 감정, 지금 드는 생각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다. 말하자면 윤제문의 연기는 ‘왜’, ‘어떻게’ 보다 ‘지금 무엇’을 표현하는 게 핵심인 셈이다. 윤제문 스스로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연기는 그렇게 짧은 순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힘을 발휘한다. 물론 그의 연기가 최고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힘은 묻고, 따지지 않아도 그가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제문이 추천한 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다음 영화들 또한 한 번에 빨려 들어가는 힘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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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1. <성난 황소> (Raging Bull)
1980년 | 마틴 스콜세지

“로버트 드 니로 연기를 좋아한다. 그 배우가 나오는 여러 영화를 봤는데 특히 이 작품의 연기가 기가 막히더라. 그가 맡은 극중 인물이 원래 복싱 선수였는데 은퇴하고 살이 이렇게 쪄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배가 불뚝 튀어나오는데, 그 때 그 배우가 너무 멋있었다. 나중에 이 사람이 거울을 보면서 “난 챔피언이야! 난 챔피언이야!” 외치는 마지막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다.”


1941년 미들급 챔피언을 위해 훈련하는 라 모타(로버트 드 니로)는 성난 황소처럼 살아간다. 과거의 성공과는 다르게 자꾸만 자신을 학대했던 라 모타는 결국 아내의 외도에 극심하게 집착하며 스스로 파멸을 자초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모든 걸 잃고서야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어 더 어리석은 인간, 라 모타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큰 명성을 얻는다.

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2.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Apocalypse Now)
1998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베트남의 어떤 마을을 폭격하려고 여러 헬기가 뜨는 장면이 있다. 물론 작품 속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 장면은 굉장히 웅장했다. 그 때 클래식 음악도 깔리는데 그 게 정말 장관이었다. 그 음악이 바그너의 곡이었던 것 같은데 헬기는 마을을 향해 가고 음악은 웅장하게 깔리는 장면. 그게 너무 멋지다.”


인간은 스스로 지옥을 만든다. 그리고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려 애를 쓰지만 그 때마다 더 깊은 지옥으로 빠진다. 153분에 달하는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전쟁이라는 늪에서 인간이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파괴되어 가는지를 느낄 수 있다. 감정 없이 내뱉는 윌라드 대위(마틴 쉰)의 내레이션과 붉은 색으로 물들어간 화면 또한 폐허의 느낌을 잘 드러낸다. 영화는 끊임없이 우울하지만 실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 3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명성을 얻기도 했다.


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3. <비열한 거리> (A Dirty Carnival)
2006년 | 유하

“이 작품에서 상철(윤제문)이 병두(조인성) 싸대기 때리는 장면이 있다. 누가 했는지 그 장면이 참 좋더라고. (웃음) 원래 복싱 경기나 격투기 경기 보는 거 좋아한다. 효도르도 좋아하고. 운동도 피트니스 클럽 가는 것보다 혼자 복싱 체육관 가는 걸 더 좋아한다. 가고 싶을 때 할 수 있으니까. 가면 보통 2시간 하고 많이 할 땐 쉬어 가면서 3시간 반 정도 한다. 야구나 축구, 농구 공 갖고 하는 건 못하고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축구는 월드컵 때만 본다. 이번 올림픽 땐 기회 되면 볼 거다.”


영원한 권력이란 없다. 완전할 것 같은 권력은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배신과 욕망에 의해 뒤엎어지기도 한다.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는 그러한 덧없는 조직의 세계를 쓸쓸하게 보여준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병두(조인성)가 잠깐의 짜릿함을 맛본 후 종수(진구)에 의해 쓰러지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4. <열혈남아> (Cruel Winter Blues)
2006년 | 이정범

“재문(설경구)이 자기가 의지하던 민재를 죽인 대식(윤제문)에게 복수를 하려고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재문은 모든 걸 걸고 복수를 하려고 벌교의 한 초등학교에 온다. 그 때 학교에서는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고 결국 그 둘이 교실에서 대면한다. 대식은 그런 재문을 처음엔 낯설어하는데 그 긴장감이 좋았다.”


2006년 개봉한 이정범 감독의 <열혈남아>는 왕가위 감독의 동명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담은 영화다. 조폭들의 이야기 뒤로 모정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 지배적인 이 영화는 원수의 어머니에게서 연민과 정을 느끼며 흔들리는 주인공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전라남도 벌교의 평화로운 풍경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물들의 증오심과 대비되며 더 큰 긴장감을 낳는다. 대식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나문희는 이 영화로 제 2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5.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1977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대부> 시리즈는 그냥 다 재밌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음악도 좋고.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같은 사람들이 연기를 하면 훅 빨려 들어간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 눈빛을 정말 믿게 되는 거다. 그게 너무 좋다. 분명 연기지만 믿음을 주고 그 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연기가 정말 좋다.”


1972년 세상에 나온 영화 <대부>는 우울하고 비극적인 정서를 장시간 힘 있게 이끌어간다. 돈 코르네오네(말론 브란도) 일가의 붕괴 직전 상황을 보여준 대서사시, 음울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음악도 그 힘의 원천이지만 무엇보다 <대부>의 가장 큰 장점은 윤제문이 말한 대로 배우들의 명연기다. 하지만 말론 브란도는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 원주민을 묘사하는 방식에 항의하며 제 45회 아카데미가 준 남우주연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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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남자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

윤제문의 평소 성격도 그의 연기 스타일을 잘 드러낸다. “놀러가는 것도 ‘지금 갈래? 가자!’하는 스타일이에요. ‘내일 만나자’ 이런 약속 잘 안 해요. 오늘 누가 떠오르면 ‘바쁘냐? 만날래? 싫음 말고’ 이런 식이죠. 일주일 뒤에 보자고 한다고 해도 일주일 뒤에 여전히 보고 싶을까요?” 지금 당장이 중요하기에 윤제문은 배우로서 빠르게 소비될 거란 걱정 따윈 하지 않는다. “대중이 지겨워지면, 안 찾아주시면 당연히 연기 못하게 되겠죠? 뭐, 그런 건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미리 걱정 안 해요.” 먼 꿈과 계획도 별로 없다. 지금 윤제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다. 관객들이 “한대희가 마지막에 하는 선택이 마음에 들어 애착이 가는”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를 재밌게 보길 바라는 것과 “오늘 뭐 먹지?”다. 너무도 배우와 어울리는 답변에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이 웃음은 앞으로 윤제문이 어떤 연기를 하든, 그만의 색깔은 유지할 것 같다는 기분 좋은 확신 때문이기도 하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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