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본인에게 맥주란?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일본인에게 맥주란?
AD


아오이 유와 이치로가 마주 앉았다. 장소는 야키니쿠 집. 테이블 위에는 고기가 익고 있고 그 옆에 맥주 두 잔이 놓였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먹는 것이 먼저인가, 마시는 것이 먼저인가.” 이치로는 고민한다. 맥주가 미지근해 지기 전에 들이키는 것이 옳을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은 뒤 입가심으로 삼는 것이 좋을지. 기린 맥주의 2012년 새 CM은 식탁 위의 사소한 고민으로 신제품을 광고한다. 일본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가 제일 먼저 외치는 소리 ‘우선 맥주’에 대한 작은 재고다. 이번에는 에이타와 안이 나란히 앉았다. 잔디 위에 정좌를 튼 둘은 요가 자세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둘은 맥주 한 캔씩을 손에 쥐고 있다. “아직 안 마시나요?”라고 에이타가 묻고 “조금 더”라고 안이 대답한다. 둘은 언제 캔을 따면 좋을지 타이밍을 재고 있다.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안주가 될 때까지.” 기린 맥주의 또 다른 CM이다. 맥주는 만찬에 완벽한 반주임에 틀림없지만 야외 활동 후엔 그 자체로 훌륭한 메인이 된다.

일본 사람들은 맥주를 참 좋아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한 캔을 따고, 밥을 먹으며 또 한 캔을 따며, 목욕 후 잠들기 전에 마지막 한 캔을 딴다. 여기서 맥주는 반주를 넘어 일상 음료가 된다. 기린, 삿포로, 아사히 등 각종 음료 회사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종류만 30가지가 넘으며, 흑맥주, 논 알코올 등 시대에 따라 다양한 유행을 타기도 한다. 여름은 물론 일 년 내내 TV에 흐르는 맥주 CM은 평균 10여 편을 넘는다. 6월 2일과 3일 양일에는 도쿄 에비스에서 대규모 맥주 축제도 열린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재팬 비어 페스티벌 2012’는 일본 크래프트 맥주 협회(Japan Craft Beer Association)가 주최하는 맥주 애호가를 위한 잔치다. 라거, 에일, 흑맥주 등 기본적인 맥주의 종류는 물론 일본 각지의 독특한 풍미를 내세운 지역 맥주까지 총 240 종류의 맥주를 입장료 4900엔에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그저 맥주를 마시기 위한 자리로 꾸려진 이 페스티벌은 7월 오사카, 8월 나고야, 그리고 9월 요코하마로 향연을 이어간다. 5월 22일 오픈하는 도쿄의 새 상징 스카이트리에는 세계 150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세계 맥주 박물관이 들어선다.


일본인의 소울 드링크, 맥주


일본인에게 맥주란? 일본인의 슬픔, 기쁨, 아픔, 성공 모두와 함께 하는 맥주는 시대를 품으며 단순한 알코올을 넘어선다.

일본은 탱자 만들기의 전문가다. 그 어느 나라의 문물도 일본에 오면 나름의 일식으로 변주되어 수용된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타카노 하지메는 그의 저서 <세계 지도를 읽는 방법>에서 일본을 슬롯머신의 출구로 비유했다. 그에 의하면 일본은 지리상의 위치를 토대로 서양의 음악, 미술, 영화, 음식 등 다양한 문화들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받아들여 왔다. 쇼트케이크와 나폴리탄은 일본이 서구 요리를 변형해 만든 오리지널 케이크와 파스타며, 스누피와 트위티, 그리고 체브라시카는 아마도 자국보다 일본에서 더 사랑받는 캐릭터일 것이다.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1700년대 네덜란드인에 의해 처음 맥주를 접한 일본 사람들은 이후 끊임없이 맥주를 만들고 마셔왔다. 1900년대에 들어서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맥주 제조에 발 벗고 나섰고, 1980년대에는 경제 버블과 함께 다소 고급품이었던 맥주가 대중화, 서민화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맥주를 열심히 공부했다. 본격적인 양조장을 만들었고, 무기 100%를 고집하는 곳도 생겼다. 도쿄 에비스의 ‘맥주 기념관’으로도 유명한 삿포로 맥주는 양조 역사 130년을 자랑한다.


기무라 타쿠야는 말했다. “일본의 성장은 맥주와 함께였다.” 2011년 TV를 탄 삿포로 맥주 CM의 한 대사다. 무슨 고작 술 하나에 나라의 역사를 들먹이나 싶지만 결코 과장은 아니다. 일본에서 맥주는 1980년대 경제 발전과 함께 축포의 음료였다. 그들은 서구에 아시아의 힘을 자랑하며 맥주를 마셨다. 신나게 샴페인을 터뜨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본의 거품은 아픈 현실을 드러냈다. 그리고 맥주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회복제가 되었다. 퇴근 후 샐러리맨들은 맥주 한 잔으로 일과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공장 노동자도, 오피스 레이디도, 취업 준비생도 하루에 구두점을 찍으며 맥주 캔을 딴다. 본래 주인이 누구였든 상관없다. 맥주에는 일본 나름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기억과 추억이 담겼다. 맥주의 계절 여름. 일본이 다시 맥주를 마신다. 슬픔, 기쁨, 아픔, 성공 모두와 함께 하는 술이다. 시대를 품은 술은 단순한 알코올을 넘어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