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브로커로부터 수억원, 최시중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대선자금 수사 확대 촉각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MB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찾은 최 전 위원장은 "검찰에 출석한 만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청사 앞엔 '성역없는 수사, 구속수사 엄벌'을 주장하는 시위자들도 나타나 보안요원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최 전 위원장이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시행사 파이시티로부터 인허가 로비 관련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소환한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수수 금품의 구체적인 규모와 용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필요한 경우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55),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넨 브로커 이모 D건설 대표(60·구속)등과 대질조사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 전 위원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문제의 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2007년 대선 당시 독자적으로 여론조사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의 소환조사는 가급적 한번에 마무리 하려고 한다"면서도 “수사가 미진할 경우 추가 소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은 조사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주 내 최 전 위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정배씨가 정권실세 로비 명목을 위해 61억여원을 조성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최 전 위원장 등 주요 관계자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아직까지 실제 조성된 로비자금의 규모를 11억 5000만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연루 의혹으로 출금금지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파이시티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박 전 차관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점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을 대선자금에 사용했다고 밝힌 만큼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대행은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검찰이 2007년 대선자금 전체에 대해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일가 비리 수사에서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선 검찰이 인허가 비리를 거쳐 대선자금까지 수사를 확대할지 관심을 모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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