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달 28일 멕시코 서부 태평양 연안의 만사니요시에서는 한국가스공사와 삼성물산이 주도한 만사니요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과 함께 시운전을 시작한 만사니요 LNG 인수기지는 지난 2008년 주관 사업자인 가스공사가 25%를 투자하고 삼성물산(37.5%)ㆍ일본 미쯔이물산(37.5%)이 지분 참여한 프로젝트. 한국수출입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5억달러를 대줬다.
이는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콜라보레이션(협업)'의 대표적인 최근 사례다. 콜라보레이션은 공동 출연, 합작, 공동 작업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협업이 날로 깊어지는 것은 자본ㆍ기술ㆍ산업 등 모든 면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글로벌 메이저 회사와 맞서기 위한 차원에서 비롯됐다. 자금 동원 능력과 대외 신인도가 높은 공기업이 앞에서 끌면 의사결정이 빠른 장점을 지닌 민간기업이 뒤를 받쳐주는 것이다.
최근 준공한 멕시코 만사니요 LNG 인수기지도 그랬다. 삼성물산 멕시코지점이 원자재 납품 건으로 멕시코 전력청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사업 정보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컨소시엄을 꾸린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초대형 LNG 인수기지를 운영했던 노하우를 멕시코 측에 꾸준히 전달하면서 이루어낸 결과라고 한다. 지난 2008년 일본과 캐나다계 컨소시엄을 제치고 한국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낸 숨은 배경이다.
이 외에도 가스공사가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참여 중인 사업은 꽤 많다. 우즈베키스탄 우준쿠이 광구 탐사가 대표격이다. 가스공사(25%)와 호남석유화학(15%), LG상사(5%), STX(5%) 등이 나눠 지분 투자를 한 상태다. 우준쿠이 광구는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 인접해 있으며, 2008년 5월 UNG와 공동 조사를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해외 광구로는 미얀마 A-1, A-3 광구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광구다. 여기에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호남석유, STX 등이 각각 참여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한 2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 4기 건설은 한국전력이 주 계약자며,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한전연료,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협력사로 참여했다. 사상 최대 플랜트 수출 사례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 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기기 및 터빈 발전기 설비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시공을 맡았다.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플랜트의 꽃'이라 불리는 원자력 부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한전은 이 밖에 카자흐스탄에서 민간기업과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이낙 송전선로 EPC와 변전소 현대화 EPC 사업에는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함께 참여했다.
지난 달 27일 요르단 알 카트라나 현지에서 열린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준공식도 한전과 민간기업(롯데건설ㆍ남부발전)의 합작 결과물이다. 알 카트라나 사업은 롯데건설이 설계 및 시공을 담당한 첫 해외 발전 프로젝트였으며 남부발전이 25년 동안 발전소의 운영 및 유지 보수를 수행하게 됐다.
민간 상사의 정보력과 공기업의 기술력이 결합해 성공한 사례는 한국석유공사에도 있다. 미국 앙코르(ANKOR) 해상 광구 인수가 대표적이다. 앙코르 광구 인수는 삼성물산이 자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입찰 정보를 입수한 이후 석유공사에 공동 입찰의 제의해 성사됐었다. 석유공사는 광구 인수 이후 효율적 운영을 통해 인수 당시 일산 1만5000배럴이었던 일일 생산량을 2010년 기준 2만배럴로 33% 증대했으며, 매장량도 6100만배럴에서 7900만배럴로 29% 늘리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미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멕시코만에서 가장 활발한 증산 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쉐브론, 쉘, BP 등에 이어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베트남 15-1 광구와 페루 8광구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 1994년 8월 당시 베트남 정부가 광구를 분양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석유공사가 SK 등과 공동 평가 및 입찰 그룹을 구성해 광구를 평가해 입찰서를 냈고 엑손모빌, 쉐브론 등 세계 메이저급 석유사를 제치고 광권을 획득했었다. 페루 8광구는 남미 지역에 거점을 내리고 현지 사정에 정통한 ㈜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와 협조한 사례다. 현지 법인 설립 과정과 현지인 채용 등 일련의 과정에서 대우의 조언과 역할이 컸다. 짧은 기간 내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석유공사와 대우의 협업에 따른 결과였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해외 석유 개발 사업에 참여할 때에는 산유국이 선호하는 국영 석유사의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되, 사업 참여 후에는 현지 사정에 정통하고 인맥 관계가 형성된 민간기업이 현지법인 설립과 광구의 효율적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최근 볼리비아에서 민간기업과의 협력 쾌거를 거뒀다. 광물공사와 포스코로 이뤄진 한국컨소시엄이 볼리비아 꼬미볼 국영 기업과 리튬 배터리 사업 추진을 위한 조인트 벤처(JV) 설립에 합의하는 기본계약(HOA)을 체결한 것. 한국컨소시엄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볼리비아가 추진하는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 공동 사업자로 사실상 확정된 사례다. 꼬미볼-광물공사-포스코 3사는 리튬 배터리 사업에 공동 참여하고 올 상반기 중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추후 지분 비율에 따라 현금 및 현물로 납입키로 합의했다. 합작법인은 2014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2단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로 내달부터 내년 말까지 공동기술 개발, 파일럿 플랜트 건설 등을 완료한 뒤 최적의 탄산리튬 제조 기술을 선정하고 2014년 상반기에 2단계인 제품 생산에 본격 착수한다는 목표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