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 발표회에서 ‘선전포고’
도요타의 도발적인 발언이 인상적이다. 지난 3월 12일 서울 삼성동에서 도요타측은 렉서스 브랜드 뉴 제너레이션 GS 한국 출시를 알리며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보다 디자인 및 주행 면에서 앞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콜 사태 이후 이미지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도요타가 최근 신차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뺏어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 시장 또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에서 본격적인 ‘수입차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로 지목된 BMW, 벤츠, 아우디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최근 독일 3사를 경쟁상대로 꼽은 것과 관련해 한국토요타자동차 퍼블릭어페어부 이병진 부장은 “렉서스는 럭셔리 부분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프리미엄급인 독일 차와의 경쟁이 예상 된다”며 “뉴캠리의 경우도 현대차 그랜저를 경쟁 상태로 꼽았지만 수입차 내에서 본다면 3000만~4000만원대 차량인 폭스바겐과도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해 국산·수입차 모두를 경쟁 상대로 상정했다. 그는 이어 “럭셔리 이미지 렉서스는 독일 3사를 타겟으로 입지를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 제너레이션 GS250이 5980만원, 뉴 제너레이션 GS350이 6580만원, 뉴 제너레이션 GS F SPORT는 7730만원으로 책정됐다. 도요타가 경쟁사로 꼽은 BMW 528i(6840만~7190만원)와 벤츠 E300(6970만~8180만원), 아우디 A6(5900만~7870만원)와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렉서스는 다운사이징(저배기량) 모델 GS 250을 추가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토요타자동차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익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되돌아볼 수 있는 가격 설정을 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되돌아 볼 수 있는 가격 정책은 계속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도요타는 업계에서 본인들의 입지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다. 회사측은 “렉서스는 브랜드로서 경쟁 독일 업체들에 비해 역사가 짧다”고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카나모리 요시히코 수석 엔지니어의 말처럼 도요타가 얼마나 치고 올라올 지는 지켜봐야 할 것 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약점도 있다. 디젤 라인을 갖춘 독일 업체들에 비해 렉서스는 평균 2배의 연비가 더 드는 차량이다. 하반기 중 하이브리드 모델인 GS 450h를 출시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독일사들에게 나중에야 뛰어들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렉서스 브랜드는 작년 대비 약 90% 증가한 7,700대 판매를 목표로 정했으며 다양한 신형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작년 대비 160% 증가한 약 1만3000대를 판매 목표로 다양한 신차 출시 외에도 이색적인 마케팅 활동을 준비중이다. 또한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기능을 조합한 크로스 오버 유틸리티 차량 벤자(Venza)를 미국으로부터 하반기에 도입하는 등 다양한 모델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도요타의 목표다.
도요타를 보면 아직은 뛰어넘어야 할 산이 많기에 객기도 부려보고 공격적으로 자신도 어필해보고 때로는 가격을 낮춰가며 자신이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겁 없는 신참이 떠오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어필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도요타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것을 보면 이들의 도발이 반은 성공한 마케팅 전략 아닐까 싶다.
도요타의 작심한 도발에 독일차 3社 “체급이 달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최윤선 부장은 “최근 리콜, 지진의 문제로 일본차 마켓이 많이 위축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도요타의 선전 또한 국내에서 수입차 입지가 넓어지는 것이라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벤츠는 프리미엄급 브랜드라 도요타와 직접적인 경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타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기술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신차 가격이 하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벤츠의 경우도 많이 팔수록 가격이 떨어진다는 규모의 경쟁 때문에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도요타와 같이 가격을 내릴 순 없다”며 “마켓에서 안정적인 가격 정책을 갖는 경우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벤츠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당장 판매대수를 늘리는 것 보다 국내 마켓에서 최고의 제품력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아우디 측은 “도요타가 열심히 하면 좋지만 아우디를 겨냥한 발언이나 신차 출시를 했다고 해서 별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며 별반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가격적인 측면에 대해서 회사는 “브랜드를 떠나 국내에서 수입차가 점유율이 늘어났고 국산차는 프리미엄 가격이 올라갔다. 수입차 같은 경우 예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해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는 “한미FTA 영향도 있겠지만 올해가 첫 해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의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수입차 중에서도 대형-고급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수입차 본사 쪽에서도 한국시장에 대해 신경을 쓰다 보니 많은 차가 판매됐고, 이에 가격이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수입차의 가격이 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아우디는 1만5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으며 차종을 다양화 하고 고성능 차들이 많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수입차를 처음 타는 사람도 탈 수 있게 사이즈,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 고객에게 어필할 예정이라는 아우디는 차종의 선택의 넓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BMW 측은 도요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다. 회사는 “렉서스 브랜드가 신차 출시가 없다가 최근에 출시해 더 고급화하고 가격도 내려 야심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MW는 올해 미니 디젤 모델을 들여와 전체 엔진 라인업을 다 갖출 예정이며 특히 하반기 오토바이 사업부에서는 신 모델을 낼 예정이다. 이에 BMW브랜드, 미니 브랜드, 모토라드 브랜드가 모두 한국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는 게 BMW측의 설명이다. 올해 3만 30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는 BMW는 “사회공헌활동에도 주력하고 수입차 업계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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