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신이 멀쩡한데 일도, 취업 준비도, 집안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201만5000명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60세 이상 노령층(71만9000명)이 쉬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한창 일할 젊은 청년들이 쉬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3%(7만2000명) 증가했다.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15개월째 늘었다. 전체 20대 인구의 5.4%로 20대 스무 명 중 한 명은 무위도식한다는 얘기다. 2003년 2.4%였던 20대 인구 중 '쉬었음' 비중은 2010년 3.3%, 지난해 4.2%를 거쳐 올해 5% 대로 높아졌다. 게다가 20대가 대부분인 '취업준비중' 인구도 51만5000명에 이른다.
청년 백수 증가세는 청년 인구 전체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청년고용률 하락으로도 입증된다. 2006년 43.4%에서 계속 낮아져 지난해 40.5%를 기록했다. 영국(60.8%)ㆍ독일(56.9%)ㆍ미국(55%)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청년고용률은 너무 낮다.
젊은 층의 '쉬었음'은 일자리를 찾는 의욕조차 잃었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이 놀고 있으면 경제활력 저하, 세수(稅收) 차질, 만혼에 따른 저출산 등 국가적 손실이 커진다. 일본처럼 일하지 않고 교육ㆍ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 내지 부모에게 기대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난다는 불길한 징조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흔들리는 것도 젊은이들의 무기력화와 관련이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 구하기보다 장기간 취업 준비에 매달리거나 쉬는 이유는 괜찮은 일자리가 아니면 차라리 취직시험 공부를 더 하라는 부모,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취업준비생을 내버려 두는 정부, 실용적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눈높이만 높이는 대학의 합작품이다. 공무원ㆍ공기업ㆍ대기업ㆍ금융회사 등 좋은 일자리만 좇지 말고 능력과 근로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대학졸업 시즌인 2월의 고용 사정은 더 나빠질 것이다. 더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무기력증에 빠지기 전에 정부와 기업, 학교, 가정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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