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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혁명]소통하는 다재다능 부엌 거실을 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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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열린 공간으로의 변신

[부엌혁명]소통하는 다재다능 부엌 거실을 밀어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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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아날로그다. 향취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부엌은 고단한 하루의 마무리인 동시에 동트는 여명과 함께 시작되는 스타트라인이다. 부엌은 엄마만의 공간이었고, 쉽게 침범할 수 없는 모성애가 꿈틀대는 금남구역이기도 했다. 아궁이에 불길이 올라올 때면 옛날이야기가 불꽃과 함께 피어났다 사그러졌다. 엄마의 품에 안겨 이야기에 취하고 향기에 취한 채 유년기를 보냈다.
부엌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창조하는 공간이었다. 아침과 저녁에는 누룽지가 기다렸고, 겨울에는 군고구마와 감자가 입을 즐겁게 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부엌은 향기롭고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물론 부엌에는 이런 낭만만 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부엌데기, 부엌살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만큼 여성들의 고난이 흠씬 묻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노동의 연속공간으로 한국 여성들의 억울한 삶이 투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또 수많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훔쳤던 곳이기도 하다.
21세기들어 부엌은 확 변했다. 아파트가 등장하고 이른바 신식 부엌들이 나타났다. 이름도 ‘주방’이라는 근사한 말로 바뀌었다. 여성만의 공간에서 이제 남성도 함께하는 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1세기 부엌은 근사한 인테리어만 바뀐게 아니었다. 가족들이 함께 쉬고 떠드는 삶의 공동공간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주방이라는 단어보다 부엌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엌은 이제 거실을 밀어내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주고 즐거움을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편안하고 스마트한 공간으로 발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부엌은 이제 인터넷을 즐기고, TV를 보며, 파티를 여는 가장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정겨운 공간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부엌을 통해 모든 가정을 좌지우지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까지 넘보고 있다. 부엌이 최첨단으로 무장한 채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한 걸음 더 들어왔다.


수원에 사는 주부 정수영(39)씨는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씨는 그동안 방 2개짜리 연립주택에서 거주했다. 새 아파트는 방 3개짜리다. 자녀들에게 각자의 방을 줄 수 있어 좋았지만 정씨가 이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 ‘부엌’이 기존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엌은 벽을 바라보면서 단순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구조였지만 이 아파트는 ‘ㄷ’자형 구조에 아일랜드를 포함했다.

'아일랜드'란 고요한 섬처럼 주방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어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부엌가구다. 정씨는 “아일랜드가 좋은 점은 아이들을 항상 바라보며 요리를 할 수 있고, 자녀들도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같이 대화할 수 있어 무척 좋아한다”고 예찬론을 폈다. 정씨가 단순히 아일랜드 때문에 이 아파트를 선택한 것도 아니다. 부엌 전체 설계가 거실을 바라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부엌가구는 요리도 중요하지만 수납 공간을 넓히는데 무척 신경을 쏟았다.


정씨는 “이 아파트에 와서 요리를 하는 시간이 즐겁기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며 “남편도 매우 흡족해 하고 있어 앞으로는 거실이나 침실보다 부엌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의 설명처럼 최근 부엌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다. 가족의 공간이었던 거실을 줄이고 부엌을 넓히는 집들도 적지 않다. 혹은 부엌과 거실의 경계와 영역을 없애는 작업도 한창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부엌은 밥만 하는 전통적인 공간이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이용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부엌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부엌혁명]소통하는 다재다능 부엌 거실을 밀어내다 부엌은 이제 밥만하는 곳이 아니다. TV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기자]


아파트 평면 진화의 핵심포인트 부상
부엌의 변신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부엌 공간으로 굳이 아일랜드가 들어왔다고 해서도 아니다. 그동안 부엌은 공간 자체가 외면받아왔다. 말 그대로 부엌은 밥만하는 곳이었지만 얼마전부터는 가족들이 차를 마시고 TV를 보는 그런 곳으로 서서히 변모해갔다. 이같은 추세는 대형 평수에서 최근 중소형쪽으로도 옮아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엌이 대면형 구조로 바뀌면서 라이프스타일도 바뀌고 있다”며 “거실이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부엌은 이제 가족이 대화하는 소통의 창구로 바뀌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수원 아이파크 시티에 오픈다이닝 키친과 대면형 주방을 설치해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전용면적 84㎡ E타입에 2면 개방형으로 조성해 거실과 부엌을 함께 배치했다. 이 부엌은 오픈다이닝 키친으로 주방을 창가에 배치한 방식이다. 조망과 채망을 끌어들인 설계로 거실에서 주방까지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용면적 123㎡에는 대면형 주방을 설치했다. 아일랜드를 거실로 향하게끔 배치를 바꿔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면서 가족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GS건설이 1차뉴타운 시범지구인 왕십리 뉴타운(서울 성동 상왕십리)지구에 첫선을 보이는 ‘왕십리 2구역 텐즈힐’도 이 같은 형식을 그대로 반영했다. 127㎡형은 부엌이 오각형 모양으로 설계돼 부엌에서 거실을 바라보는 구도가 됐으며 부엌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웅진그룹 극동건설이 내포신도시 RM11블록에서 분양할 아파트 ‘웅진스타클래스센트럴’ 84C㎡도 이같은 원리를 충실하게 따랐다. 부엌은 LDK(거실, 식당, 부엌을 하나로 이뤄진 형태)로 배치해 주부가 동선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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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최근에 분양을 마무리한 광주 첨단신도시의 ‘호반베르디움’의 경우 3가지 타입으로 만들어 주부들의 마음을 훔쳤다. 거실 공간을 줄이고 부엌을 최대한 넓혔다. 84㎡ B타입의 경우 부엌 옆에 팬트리 공간을 설치했다. 기존의 부엌가구 팬트리(식료품 보관고)와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팬트리 룸으로 만들었다. 이런 공간뿐만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부엌의 진화가 곧 아파트의 진화를 이끌어 낸다고 믿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건설사들이 부엌에 신경을 쏟는 이유는 아파트의 선택권이 주부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주부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는 주부들의 공간을 더욱 넓히는 공간창출 능력이 필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미니라디오에서 시작해 미니 TV까지 부엌에 설치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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