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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기획]이랜드 中 성공비결··'자부심'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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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기획]이랜드 中 성공비결··'자부심'을 팔았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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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기획⑤이랜드, 고급브랜드 전략 세계화성공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한·중 수교 체결 이듬해인 1993년.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베이징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이대 앞 2평짜리 옷가게로 시작해 매출 1조원대 규모의 굴지의 패션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의 강연은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박 회장의 시선은 강연 내내 강당 뒤편에서 강의를 지켜보던 교수들에게 모아졌다.

한결 같은 인민복 차림에서 박 회장은 막 빗장을 연 중국 패션시장의 무한한 미래를 내다봤다. 이랜드는 다음 해인 1994년 상해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 생산지사를 설립, 진출했다.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해 상하이 중심부에 자리잡은 빠바이빤 백화점. 중국이 세계 최대 의류시장임을 대변하듯 층마다 세계적인 명품 매장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고객의 발길로 붐비는 곳은 다름아닌 국내 토종 의류업체 이랜드가 직영하는 매장이다. 이랜드, 티니위니, 스코필드를 비롯한 20여개 브랜드는 백화점 패션매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이랜드 중국 사업부는 지난해 총 5000여개의 매장에서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000개 이상 매장을 오픈하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2조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개별 브랜드로 3000억원을 넘긴 티니위니와 중국 이랜드가 빅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으며, 로엠과 프리치 등도 1000억원대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에 스코필드, 로이드 등이 새롭게 연매출 1000억 브랜드로 추가된다.


아울러 2009년 베트남, 2011년 인도에 진출해 제2의 중국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패션한류'의 선두에 있는 이랜드의 패션 비즈니스에는 남다른 '성공 DNA'가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 통한 초기투자로 기회 선점=이랜드 중국법인의 성공 비결은 중국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서 비롯됐다.


“방대한 내수시장 규모만 보고 무턱대고 덤볐다면 예상치 못한 고전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루긴 어려웠을 겁니다. 중국은 지역마다 색깔이 확연한 만큼 어느 곳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요구되는 시장입니다.”


제조법인에서 판매법인으로 역할이 바뀐 이랜드 중국 비즈니스의 초대 대표를 지낸 바 있고 현재 중국사업부 법인장인 최종양 대표의 분석이다.


부임 전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독파하고 부임 후에는 기차로 6개월간 중국 전역을 순회한 일화는 지금도 중국에 새로 부임하는 경영진에 이랜드 그룹의 문화로 계승되고 있다.


아주 작은 행정구역인 찐(한국의 읍) 단위의 시장조사까지 함께 동행한 최종양 대표는 기차와 싸구려 버스는 물론 한국의 여관이나 여인숙 정도의 숙박까지 가리지 않고 전국 순회를 감행했다.


생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각 지역에 있는 백화점은 물론 생산공장까지 꼼꼼한 검증 작업은 중국 사업부의 신속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또한 중국 입성 후 첫 6개월간 기숙사 생활을 하던 당시는 직원들 모두에 게 잊을 수 없는 고난과 단련의 시간이었다. 도시 간의 이동 시간은 짧아야 5시간, 길게는 무려 30여시간.


밤낮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입에도 맞지 않는 중국 음식과 고전하고 배탈 난 배를 움켜쥐며 사업장을 돌던 날들. 좁디 좁은 버스에서 12시간 이상을 시달리며 얻은 몸살은 차라리 편했던 기억이다.


이러한 낯선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전 시장과 현장 조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법인 직원들은 중국 대도시 곳곳을 일일이 방문하며 백화점 목록을 작성하고 세밀한 조사를 이어갔다. 또한 백화점 전개에 필요한 도시별 특징을 차차 습득해 가면서 중국에서의 이랜드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됐다.


◆길게 내다보고 기본에 투자=이랜드 중국법인은 100% 직영체제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 입점 원칙을 중국 진출 이후 내내 고수해 오고 있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초기에도 꾸준한 투자를 지속하며 2~3년 단위의 리뉴얼을 감행했다.


성급한 매장 확산도 자제하며 장기적인 비전과 확대를 위한 인내의 시간을 보낸 이랜드의 선택은 기본에 대한 투자가 브랜드 가치와 백화점 유통망 확보라는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맞아떨어졌다.


백화점은 철저한 강자생존의 장.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출 규모가 작았던 당시 이랜드에 대한 중국 백화점 관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는 중국 시장에 나선 모든 한국 기업들이 겪는 공통된 고충이었으며, 많은 회사들이 중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른바 '관시(關係)'를 맺기 위한 부정한 접대를 거듭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관시'에 대한 이랜드의 생각은 달랐다. 부적절한 관시는 모래성이며 기본을 중시하는 정신이 굳건한 관시의 토대라는 철학이 바로 그것이었다.


백화점 책임자들과의 정기적인 미팅을 통한 상호 발전적 대화는 물론 정부 관계 기관들의 초청 강의나 친필 편지를 통한 성의 표시 등은 이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했다.


또한 성실한 영업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정직한 매출을 일으키고 합당한 세금을 냄으로써 중국 정부의 인정을 받았으며, 다양한 지역사회 후원활동 등은 공고한 관계 유지에 큰 힘이 됐다.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다=해외진출의 필수요소는 아이템에 대한 선정에 앞서 과감한 도전정신과 현지화를 위한 개척정신에 있다. 위험 부담을 안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타국의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랜드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와 동일한 디자인 대신 현지 적응화 전략을 택했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중국 문화의 특성을 활용해 매장의 로고 색상을 빨간색으로 선택했고, 중국 고객의 친밀도를 감안해 이리엔(衣戀)이라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새로운 중국형 명칭으로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모든 직원들이 현지인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생활했다. 심지어는 자녀들도 모두 인민학교에 보냈다. 처음에는 안 믿었으나 군림하지 않는 모습에 그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마음을 열자 이랜드는 국내와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 도전에 나섰다. 해외 고급의류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가격적인 측면만 중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취향과 실용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현재 중국 의류 소비 경향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시장성을 발굴하던 이랜드의 방침과 일치했다.


특히 캐주얼이 정장보다 경쟁우위가 있는 이랜드의 사업구조에서 캐주얼 중심의 고급 브랜드라는 이랜드의 이미지는 성공을 거두기에 충분했다.


현재 중국에서 이랜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포지셔닝돼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스코필드' '이랜드' 등 여성 캐주얼 브랜드를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고급 백화점에 수백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중상류층에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시장 내 인기 한국 의류 브랜드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베트남, 인도에서 '제2의 중국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인도와 베트남도 2020년까지 각각 매출을 1조원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라며 “중국을 꼭짓점으로 삼아 베트남과 인도를 잇는 패션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2020년 세계 10위의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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