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들 ‘벤치마킹’ 전국확산 움직임
나비효과란 말처럼 광주 광산구청(청장 민형배)은 비정규직 공무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이 자치구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 근로자 전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공공부문 정규직 정책을 제도로 정착시켰다. 광산구의 정책은 중앙정부 정책에 반영돼 올해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공공부문 고용체계의 일대 혁신을 가져온 광산구청의 그간의 과정과 성과, 파급효과를 알아본다.
올해부터 2년 이상 상시적으로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지난달 16일 고용노동부가 이 같은 내용의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과거 2년간 지속돼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규정하고 각 기관은 이들 업무 종사자에 대해 근무실적이나 직무수행 능력, 직무수행 태도 등을 평가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부 추진지침은 한 자치구의 규칙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이 최초로 제정한 ‘무기계약근로자 전환 규칙’이 바로 그것이다. 광산구의 규칙은 기간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연중 상시 발생하고 장기간 지속되거나 지속될 것이 명백한 사무에 한해 채용일 기준으로 1년 6개월간 근무실태 평가를 거쳐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호봉제도 도입했다. 정부가 지침이 마련하는데 광산구의 규칙과 사례를 주목하고 적극 벤치마킹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회사무처 등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성남시청과 노원구청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광주 광역시청은 7개 청소용역 협력회사 고용안정협약 MOU를 체결했다. 서울특별시는 직속기관과 출연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지난해 1월 신년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청 내 비정규직 공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민 구청장은 “일정 시간 일한 후 계약이 해지되는 광산구청 기간제 근로자들을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하겠다”며 “동일 업무가 계속되는 데도 11개월만 근무케 하고 그만두게 강요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기관에서부터 모범적으로 풀어가자는 의미”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 구청장은 “기간제 근로자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겠다”며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첫 번째이고, 2년 이상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추진하는 것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광산구의 정규직 정책은 ‘발표’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진화해온 점이 이를 반증한다. 민 구청장의 말대로 실제 초창기 광산구의 정규직 정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됐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과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광산구는 지난해 3월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근로자 전환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우선 최저임금과 별차이가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여를 평균 18.7% 인상했다. 또 주차지도, 사회복지 조사 보조, 청사 청소 등 공무노동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 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드림스타트, 방문건강관리사업 등 중앙부처에 고용돼 구청에서 일하는 노동자 26명의 상시고용도 단행했다. 각 사업을 주관하는 중앙부처와 협의해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와 상시고용에 따른 법적, 절차적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광산구는 또한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무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를 주목했다. 대부분 공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은 해소됐지만 오래 일해도 급여 변동이 거의 없어 생활주기와 맞지 않는 문제가 늘 상존했다. 임금체계 개선에 착수한 광산구는 연구 용역을 추진하는 한편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광산구는 지난달 13일 호봉제를 공고했다. 이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은 일반직 9급 공무원과 동일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광산구청이 시작한 이번 일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우리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추동력을 얻어가고 있다. 광산구청이 정치적 구호를 넘어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사례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의 단초를 공공부문이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인터뷰 | 민형배 광산구청장
“정규직 정책 민간 부문에도 전파하겠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정규직 정책이 민간부문에도 확산되도록 힘쓰겠습니다.”
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은 공공부문 정규직 정책을 처음으로 시도한 주인공이다. 그는 단순히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행정에 직접 반영하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정규직 정책의 선두주자로 평가를 받는다.
민 구청장은 최근 시야를 확대해 민간부문의 정규직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첫 사례로 아파트 경비원 처우 개선 정책을 주민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민 구청장은 “아파트 경비원들은 많은 입주민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으로 인해 최저임금 적용조차 유예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 구청장은 “광산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자체가 아파트 환경개선 등 혜택을 주면 관리비를 더 내서라도 경비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겠다’는 의견이 75.8%로 나타났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방식의 생활문화운동을 입주민들과 함께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구청장은 정규직 정책 확산의 동력이 ‘참여’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야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관내 기업체, 종교단체, 직능 대표가 참여하는 ‘비정규직 복지증진 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를 지역사회 의제로 삼아 풀어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민 구청장은 “광산구부터 민간부문 정규직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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